[제조사 로봇 피벗] HL만도, ‘섀시 DNA’로 로봇 심장 노린다…유성감속기 액추에이터 정조준

현대차 1차 협력사 기술력 기반…모터·감속기·제어기 통합 역량 강점 파동감속기 범용성 떨어져…"유성감속기 액추에이터가 주류 될 것"

2026-07-07     김지윤 기자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이 한국을 로보틱스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감속기·서보모터·제어기 등 공급망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전통 제조업 강자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로봇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사 HL만도가 기존 섀시 기술을 앞세워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계사 HL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핵심 부품부터 완성 서비스 로봇까지 그룹 차원의 로봇 생태계 구축에도 나섰다.

HL만도의 핵심 로보틱스 사업은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다. 휴머노이드는 '액추에이터의 합'이라고도 부를 만큼 관절을 이루는 액추에이터가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단가의 40~60%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대비 국내 로봇 제조 생태계가 구축이 안돼있다는 평이 많은데, 액추에이터 양산 체계만 잡혀도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L만도는 현대차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1차 밴더사로 모터 제어, 정밀 기계설계, 전자제어장치 역량 만큼은 국내 탑티어로 분류된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가 하나의 모듈로 합쳐진 형태인데 이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양산 기술을 다 갖추고 있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 기업들의 경우 모터, 감속기, 제어기 중 하나에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력이 없는 부품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조직 측면에서도 로봇 사업은 단순한 연구 과제 수준을 넘어 별도 사업화 체계를 갖추는 단계로 보인다. HL만도는 지난해 모빌리티 다이내믹 솔루션 사업부(MDS BU) 산하에 로봇 액추에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사업개발 기능까지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로봇 액추에이터를 단순 선행기술이 아니라 향후 고객 발굴과 양산 공급까지 염두에 둔 신사업 축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부에서도 핵심 인재들을 내부 인크루팅을 통해 액추에이터 사업부로 이전시켰다. 

현재 HL만도는 액추에이터 중에서도 유성감속기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위주로 개발 중이다. 액추에이터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로 꼽히는 감속기는 크게 파동감속기(하모닉감속기), 유성감속기,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로 나뉘어지며 기업마다 집중하고 있는 영역이 다르다. HL만도는 이 중 유성감속기 기반의 액추에이터가 경제성과 범용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HL만도 액추에이터 사업부 관계자는 "파동감속기가 기술 난도가 가장 높다보니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의 게임체인저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HL만도도 파동감속기 개발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가반 무게가 낮아 범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유성감속기는 동력 전달 효율이 90~95% 이상으로 높고 가반 무게도 높은데, 생산 단가가 높지 않아 활용도가 좋다. 향후 액추에이터 시장에서 유성감속기가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L만도는 그간 현대차 1차 밴더로서 내연기관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유성감속기의 핵심 부품사 역할을 해왔다. 축적된 기술력과 양산 퀄리티 관리에서 타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비치는 근거다. HL만도는 액추에이터 사업에 집행하는 투자 면에서도 타사와 차별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이어 "국내 크고 작은 자동차 부품사 중 액추에이터 사업을 타진하는 기업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자본력의 한계로 기존의 설비를 살짝만 바꿔 액추에이터 양산 라인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같은 모터나 감속기를 양산해도 기존 자동차 설비와는 완전히 달라 기존 설비를 그대로 응용하겠다는 전략은 어불성설이다. 과감한 신규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