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내 간 기술로 승승장구?" 검찰, 에스티영원 관계자 배임혐의 기소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피엔티엠에스 기술 반출 관련 배임 혐의 핵심 인력들, 퇴사 전 회사 신설해 기술 및 영업자산 무단 반출 의혹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국내 주요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 설비 회사 '에스티영원'의 설립에 관여한 인력들이 전 직장의 핵심기술 무단 반출과 관련 배임혐의로 검찰 기소됐다. 코스닥 상장사 피엔티엠에스(옛 명성티엔에스)에 몸담고 있던 이들은 퇴사 전 이미 회사를 신설하고, 조직적으로 핵심기술과 영업기밀 자료 등을 무단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최근 에스티영원의 정 모, 김 모, 이 모 씨를 업무상배임죄로 공소제기(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6고단420)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명성티엔에스(현 피엔티엠에스) 퇴사 전 미리 동종업체인 주식회사 에스티영원을 설립한 후 핵심기술 및 영업기밀이 포함된 도면과 자료를 무단유출, 에스티영원 사업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3인은 명성티엔에스 재직 당시 회사에 다년 간 근무하며 핵심 기술과 회사 경영 자산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실무 책임자였다.
정 모 씨는 전 설계팀 소속으로 2016년부터 명성티엔에스의 주력 설비인 이차전지 분리막 설비기계 설계 업무를 총괄하며, 핵심 도면 관리를 담당했고, 김 모 씨는 전 영업부 소속으로 같은 해부터 중국 및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며 고객사 정보와 원가 자료를 관리한 걸로 알려졌다. 이 모 씨 역시 구매팀 소속으로 2011년부터 회사 부품 구매 업무를 담당, 공급망 리스트를 관리했다. 이들은 모두 2022년 5월 말 명성티엔에스를 퇴사했다.
문제는 퇴사 이전인 2021년 2월 경 이미 동종업체인 에스티영원을 설립하고, 이사 및 주주로 취임했다는 점이다. 명성티엔에스에서 급여를 받으며, 이면으로 동종업 회사를 신설하고 명성티엔에스가 보유한 핵심기술과 고유 자산을 외부 회사로 조직적으로 빼돌렸다는 게 피엔티엠에스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피고인들은 2021년 6월과 2022년 5월 등 명성티엔에스 퇴사 직전 고의적으로 개인 저장매체(USB 등) 등을 활용해 명성티엔에스의 영업상 주요 자산을 무단 반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빼돌렸다고 혐의를 받는 경영자산은 다종다양한 걸로 파악된다. 설계팀 소속이었던 정 모 씨의 경우 퇴사 당일인 2021년 6월 30일 이차전지 분리막 설비의 핵심 공정인 ▲SK 추출기 견적도면을 비롯해 ▲건조부도면 ▲분리막 전체 라인 레이아웃 도면 등 총 26개 핵심 캐드(dwg) 파일을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구매팀 소속 이 모 씨의 경우도 2022년 5월 말 퇴사하며 ▲추출기 탱크 도면 ▲구매요청서 ▲파트 리스트 등을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영업부 김 모 씨 역시 퇴사하면서 ▲최종 고객사 및 중간 무역업체 3자 계약서 ▲분리막설비 사양서 ▲예정원가서 ▲중국 및 국내외 고객사 정보 리스트 등 7개 파일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영원은 명성티엔에스로부터 나온 도면 등을 토대로 T.O.D(폭 방향 연신 유닛) 출구장치 도면을 치수, 선 그대로 복제한 뒤 독자 개발 기술인 것처럼 특허 출원(등록번호 제10-2386058호)하는 등 특허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재직시 서약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명성티엔에스 핵심 창립멤버인 신 모 씨까지 에스티영원의 하청업체 대표, 사내이사로 합류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명성티엔에스는 해당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2018년 코스닥 상장을 했으나 기술, 영업자산이 반출된 이후 단 1건의 분리막 생산라인도 수주하지 못하는 수주 절벽에 부닥쳤다. 이후 피엔티그룹의 계열사로 인수(2022년) 됐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에스티영원의 경우 해당 기술을 토대로 2022년 99억원, 2023년 560억원, 2024년 460억원 등의 수주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광폭 분리막 설비가 간판 제품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법인 명의의 부동산도 취득했다는 전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반출한 해당 도면들은 피해회사가 2001년 창립 이래 수십 년간 막대한 인력과 수백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균일건조기술 등)' 및 특허기술의 결정체"라면서 "모서리의 라운드 값 하나, 치수선 각도 하나까지 피해회사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현장 노하우가 녹아든 독점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에스티영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소건은 재판 전인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언론에 말할 의무가 없다"면서도 "기술유출 등에 대한 사안은 회사 및 대표이사와 연관이 없는 사안으로 이미 검찰기소가 무혐의 처리됐으며, 이와 별건의 기소는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부 직원의 배임 관련 건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구지검으로부터 기소된 직원이 현 회사의 주주이거나 에스티영원 내 책임 있는 직급의 관계자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 분들(기소된 피고인)은 일개 직원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의 주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