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마케팅으로 청년 눈도장 찍는 지방·저축은행

BNK금융 3년 추가 연장·OK저축은행은 계약 종료…팀 성적이 스폰서 연장 가른다 시중은행 빠진 LCK에 지방은행·저축은행·증권사 진입…청년 고객 잡기 경쟁 확전

2026-07-07     박금재 기자
2023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시중은행들이 e스포츠 시장에서 잇달아 발을 빼는 사이,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청년 고객을 선점하려는 전략과 지역 연고 브랜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금융권 e스포츠 마케팅의 흐름은 최근 몇 년 새 뚜렷하게 바뀌었다. KB국민은행은 2024년 리브 샌드박스(현 BNK FEARX)와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이 만료되면서 e스포츠 시장에서 손을 뗐고, 신한은행도 DRX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현재 대형 시중은행 중 LCK에 남은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2019년 금융권 최초로 LCK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이후 8년째 동행을 이어가며 올해 들어 LCK 최고 인기팀 T1과의 파트너십까지 추가로 확보했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는 "우리은행이 8년 동안 탄탄하게 지원해준 덕분에 LCK는 세계 최고의 LoL e스포츠 리그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T1은 2025 세계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팀으로, 우리은행은 T1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30대 남성 고객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지방은행이 들어섰다. BNK금융그룹은 2024년 5월 부산 연고의 LCK 프로게임단 BNK FEARX와 지역 금융 그룹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올해 1월에는 이 스폰서십을 3년 추가 연장하며 장기 파트너십을 공식화했다. BNK FEARX는 지난해 LCK 2군 리그인 '챌린저스 리그'에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고 국제 대회 '아시아 쇼다운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창단 첫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광역시의 'e스포츠 수도' 비전과 맞물려 BNK금융의 브랜드를 지역 청년 세대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NK금융그룹 측은 "정부의 e스포츠 산업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고 부산 e스포츠 수도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 BNK FEARX가 지역을 대표하는 e스포츠 구단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권에서는 OK저축은행이 2023년 5월 브리온과 3년간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OK저축은행 브리온'으로 활동했다. OK저축은행 특유의 읏맨 캐릭터와 연계한 적극적인 청년 마케팅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브리온이 2023 서머부터 3시즌 연속 10위라는 성적 부진을 이어가면서 계약 연장 없이 올해 초 스폰서십이 종료됐다. 브리온은 이후 한진과 새 스폰서십을 맺고 '한진 브리온'으로 팀명을 변경했다. OK저축은행의 사례는 e스포츠 마케팅의 성패가 팀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LCK에서는 새로운 금융권 이름도 등장했다. 키움증권이 DRX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 시즌부터 '키움 DRX'로 팀명을 변경했다. e스포츠 마케팅의 저변이 금융권을 넘어 다양한 기업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지방은행과 금융기관이 e스포츠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청년 고객 기반 확충이라는 절박한 과제가 있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디지털 전환에서도 열세에 있는 지방은행에게 e스포츠는 비용 대비 청년 접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채널이다. LCK의 주 시청층이 10~30대 남성이라는 점에서 청년 금융 소비자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 지역 연고를 내세우는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지역 기반 e스포츠 팀 후원이 지역 청년과의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만 성과를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e스포츠 스폰서십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가 크지만 직접적인 금융 상품 가입이나 계좌 개설로 이어지는 전환율을 측정하기 쉽지 않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스폰서를 종료한 것도, OK저축은행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도 투자 대비 실효성을 따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금융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e스포츠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케팅 통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