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7번째 매각 5파전 흥행…본입찰 변수는

산업은행 유상증자·생보 매물 희소성에 삼성·한화·교보 빅3 몰려 7번째 매각 5파전 K-ICS 186%에도 기본자본은 마이너스…표면 건전성과 실질 자본체력 ‘괴리’ 하나금융도 실사 뒤 포기했던 전례…8월 본입찰서 ‘자본확충 부담’이 성패 가른다

2026-07-06     최정윤 기자
[사진=KDB생명]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KDB생명 매각이 일곱 번째 시도 만에 5파전으로 흥행하면서 이번에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과 생명보험사 매물의 희소성이 후보들을 끌어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건전성 지표와 실제 자본 체력 사이의 괴리가 실사 단계에서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일 마감된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 외에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까지 5개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초 보험 포트폴리오 확대를 노리는 한투금융지주와 흥국생명을 계열사로 둔 태광그룹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빅3가 모두 참여하며 구도가 넓어졌다.

흥행 배경으로는 우선 산은의 자금 지원이 꼽힌다. 산은은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매각 공고를 통해 필요 시 추가 자본확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손해보험사 매물은 잇따랐지만 생명보험사는 드물어 매물 자체의 희소성과 산은 자회사로서의 대체투자 운용 역량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재무 지표도 과거보다 개선됐다. 유상증자 효과로 1분기 말 자본총계는 48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마이너스 1348억원에서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났고, 당기순이익도 278억원으로 전년 27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역시 개선됐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KDB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이 186.1%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웃돈다.

문제는 킥스 비율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실질적인 자본 체력’의 취약점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킥스 비율은 자본의 질에 따라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기본자본은 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한 ‘진짜 밑천’으로 언제든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고, 보완자본은 후순위채처럼 일정 조건에서만 자본으로 인정되는 ‘빌린 성격’의 자본이다. 이 가운데 기본자본만 따로 떼어 산출한 것이 기본자본 킥스 비율로, 전체 킥스 비율이 높아도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낮으면 겉보기 건전성이 보완자본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 KDB생명의 1분기 말 경과조치 전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마이너스 25.2%, 기본자본은 -3567억원으로 여전히 고갈 상태다.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41.9%로 금융당국 규제선인 50%를 밑돈다. 표면적 건전성이 상당 부분 한시적 경과조치와 보완자본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기본자본이 부족하면 손실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힘이 약해, 인수자가 회사를 사들인 뒤 추가 증자나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원매자들이 실제 인수 부담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꼽힌다.

이런 구조는 KDB생명 매각이 번번이 무산돼온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산은은 2010년 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특히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마쳤으나 자본 확충 부담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예비입찰 단계에서는 원매자를 모았다가, 실사에서 자본구조를 정밀 분석한 뒤 발을 빼는 패턴이 반복돼온 셈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구체적이다. 삼성생명은 약 20명 규모의 전담조직(TF)을 꾸리고 EY한영과 법무법인 화우를 각각 회계·법률 자문사로 선임해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1분기 말 킥스 비율은 209.9%로 업계 평균인 190.7%를 웃돌아 자본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매자들은 이달 실사를 거쳐 다음 달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사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띤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KDB생명 외에도 롯데손해보험과 예별손해보험 매각이 동시에 진행 중이며, 매물의 몸값이 낮아지고 대주주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외면받던 보험 매물에 금융사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실사와 본입찰이다. 시장에서는 거래 성패가 가격과 추가 자본확충 규모에 달려 있으며, 원매자들이 자산 건전성과 향후 자본 부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최종 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은 예비입찰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실사를 진행하고, 이르면 오는 8월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유상증자에 더해 추가 자본확충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인수 후보들의 부담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기본자본이 여전히 취약한 만큼, 실사에서 자본 부담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가 본입찰 완주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