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보, 개선된 숫자 뒤 가려진 약한 체력...미래 수익성·건전성의 질은 '글쎄'
농협손보, 1분기 순익 399억원 전년比 95.6%↑...보험손익 흑자 전환 킥스 비율 145.43%로 개선됐지만 지급여력금액 내 보완자본 비중 57.8% 기본자본 비중 42.2% 그쳐...업계 "자본의 질 끌어올릴 필요 있어" CSM 1조6671억원으로 5.3%↑...미래 수익성 지표도 외형상 개선 보험부채 대비 CSM 비중 17.3%, 업계 평균 하회...질적 보강 과제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손해보험이 올해 1분기 순이익과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동시에 끌어올렸지만,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의 질적 체력이 그만큼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이익의 원천으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CSM)이 증가했음에도 보험부채 내 CSM 비중은 업계 평균에 못 미쳤고, 킥스 비율 개선에도 보완자본이 기본자본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3일 <녹색경제신문>이 농협손보 경영공시를 확인한 결과, 농협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99억원으로 전년 동기(204억원) 대비 95.6%(19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이 -18억원에서 47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순이익 증가를 뒷받침했다.
자본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농협손보의 1분기 말 킥스 비율(경과조치 전 기준)은 145.43%로 전년 동기(129.55%)보다 15.88%포인트(p) 올랐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과 보험금 지급 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30%다.
미래 수익성 지표인 CSM 역시 늘었다. 같은 기간 농협손보의 CSM은 1조5827억원에서 1조6671억원으로 5.3%(844억원) 증가했다. CSM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부각된 미래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는 CSM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보험기간에 걸쳐 상각해 수익에 반영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표 개선만으로 농협손보의 체질이 좋아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각 지표의 세부 구조를 살펴보면 질적인 측면에서 여러 과제가 함께 확인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킥스 비율의 경우 수치 자체는 개선됐지만 기본자본이 아닌 보완자본 의존도가 두드러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기본자본은 이익잉여금 등 보험사가 손실을 흡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본을, 보완자본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처럼 건전성 지표 보강에 활용되는 자본 성격의 조달 수단을 뜻한다. 즉, 손실흡수력의 질적 측면에서는 보완자본보다 기본자본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 1분기 말 농협손보의 지급여력금액은 경과조치 전 기준 2조2612억원으로, 이 가운데 기본자본(9534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에 그쳤다. 반면 보완자본은 1조3078억원으로 기본자본보다 3544억원 많았고, 지급여력금액 내 비중도 57.8%로 기본자본 비중보다 15.6%p 높았다. 농협손보의 자본건전성을 두고 킥스 비율 상승을 넘어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킥스 비율은 단순히 수치가 몇 %인지뿐 아니라 어떤 성격의 자본으로 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은 건전성 지표를 방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손실흡수력이나 자본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기본자본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 등을 통해 기본자본 중심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흐름인 만큼, 보완자본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이익잉여금 확대 등 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SM의 경우 외형 증가에도 보험부채 내 비중이 업계 평균을 밑돈다는 점이 부담이다. 농협손보의 1분기 말 보험부채 대비 CSM 비중은 17.3%로 업계 평균인 23%보다 5.7%p 낮았다. 해당 비율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 가운데 미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계약의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의 수익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리 말하면 농협손보의 경우 보유계약 중 향후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부채 대비 CSM 비중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CSM 잔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익 기반이 충분히 두터워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농협손보로서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보장성 신계약을 얼마나 확보하고, 기존 계약의 유지율과 손해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한편 농협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 매출 증대 등의 요인으로 CSM이 증가했다"며 "손해율·유지율 개선을 통한 예실차 관리와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 등을 바탕으로 손익 확보와 기본자본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