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상장 앞 美 반독점 소송…수요예측 변수될까

증권신고서 제출 하루 만에 美 집단소송 제기 7월 공모가 확정 앞두고 투자심리 영향 주목

2026-07-02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미국에서 반독점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해당 소송을 투자위험요소로 반영하면서 이달 예정된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공모가 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공모를 위한 Form F-1 등록신고서를 제출한 뒤 하루 만인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반독점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해 해당 소송을 투자위험요소와 우발부채 항목에 추가했다.

소송은 일반 D램 간접구매자들이 SK하이닉스와 미국 판매법인 SK Hynix America 등을 상대로 제기한 추정적 반독점 집단소송이다. 원고 측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제조사들이 2022년 10월경부터 범용 D램 감산과 생산능력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집중, 일부 범용 D램 생산 종료 등을 상호 조율해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증권신고서에서는 다른 피고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2곳’으로만 기재했지만, 외신과 연방법원 전산기록에 따르면 해당 2곳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인 것으로 파악된다. 원고들은 연방 및 주(州) 반독점법 위반을 근거로 담합 행위 중단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ADR 공모 절차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ADR 공모가 결정일은 미국시간 기준 7월 9일이며, 이후 7월 13일부터 20일까지 청약과 납입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 ADR 인수계약도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한 이후 체결되는 만큼, 투자위험요소에 추가된 반독점 소송 역시 기관투자자들의 실사 과정에서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소송은 HBM 중심의 생산 전략과 범용 D램 감산을 담합의 수단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HBM은 현재 SK하이닉스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이끄는 핵심 사업인 만큼,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성장성과 함께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공모가 산정에 반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상장은 국내 증시보다 공시와 법적 리스크에 대한 검증이 엄격한 만큼 반독점 소송이 일반적인 국내 소송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송이 상장 자체를 흔들 변수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증권신고서에서 “본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현재 소송이 초기 단계여서 예상 손실 규모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어려워 관련 충당부채는 인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용인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에 투입할 계획이며 투자 일정에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함께 피소된 마이크론도 외신을 통해 혐의를 부인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이번 반독점 소송의 배경이 된 메모리 가격 급등은 SK하이닉스 ADR 흥행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SK하이닉스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번 담합 의혹이 제기된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스토리지 가격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약 4배 뛰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ADR 상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사업 성과뿐 아니라 소송과 규제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소송이 상장 일정 자체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수요예측과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