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서 열린 '첫 로보컵'...경기장은 중국 휴머노이드가 점령

세계 45개국 364개팀 참가에도 하드웨어는 중국산 일색 자체 하드웨어 들고나온 국내팀 2곳은 첫 경기 미성립

2026-07-02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로봇들의 월드컵' 로보컵이 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리면서 세계 로봇 메커닉의 이목이 인천 송도로 쏠렸다.

유일하게 자체 하드웨어로 출전한 국내팀 한양대 에리카와 광운대가 하드웨어 문제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1차전이 0:0으로 끝났다. 전세계 45개국에서 364개팀이 참여했지만 하드웨어는 대부분 중국 기업인 부스터(Booster Robotics, 加速進化)에서 조달하면서 독창적인 폼팩터를 보는 맛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 1일차를 맞은 로보컵에는 예선전이 한창이었다. 실제 FIFA 월드컵과 시기가 맞물려, 평일임에도 로봇 축구경기를 보려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다수 경기장을 찾았다. 홀 곳곳에서 경기가 진행됐지만 각기 다른 팀임에도 하드웨어가 대부분 중국 부스터사의 T1과 K1으로 통일되면서 드리블과 킥을 하는 운동 성능 자체에서는 변별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현장 관계자는 "중국 부스터사는 로보컵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만든다. 경기 1년 전부터 로보컵만을 위해 축구용 휴머노이드를 공격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그러다보니 다른 국가들은 차라리 하드웨어는 중국 것을 가져다 쓰고 소프트웨어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스터사의 T1은 1.2m 가량의 작은 체형에도 골망을 정확히 겨냥해 성인 수준의 파워로 슈팅을 하는 등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로보컵에 부스를 꾸린 국내 한 로봇 기업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럽 기업들이 자체 하드웨어를 들고 나오는 모습을 꽤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전멸이다. 중국에 밀려 방산, 자동차, 경공업 등 제조업 전반이 흔들렸는데 휴머노이드에서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로 경기에 출전한 국내팀 두 곳이 실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한양대 에리카와 광운대는 각각 히어로즈(HERoEHS)와 로빗(RO:BIT)이라는 팀명으로 예선전에 이름을 올렸다. 로보컵은 제비뽑기로 즉석에서 경기 상대를 결정하는데, 한양대와 로빗이 예선 1차전 상대로 매칭되면서 국내팀끼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한양대 히어로즈의 경기용 로봇 앨리스5가 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계속 앞으로 엎어지면서 출전이 지연됐고, 광운대 로빗은 운영팀과 로봇이 아예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광운대 역시 하드웨어 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컵 규정상 경기가 진행되지 않아도 예선전 스코어는 0:0으로 처리된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하드웨어 균형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 중"이라며 "수리를 마치는 대로 로봇을 내보내 이후 경기는 최대한 치루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히어로즈는 국내 로봇학계의 대부인 한재권 교수가 이끄는 팀이다. 한재권 교수는 현재 에이로봇 CTO로도 재직 중이며, 출전한 앨리스5 역시 에이로봇의 제품이다. 

한편 중국산 하드웨어가 이번 로보컵을 제패한 것이 글로벌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을 무기로 여러 엣지 분야에 특화된 휴머노이드를 빠른 속도로 개발하면서, 유럽과 북미 기업들은 가격 경쟁의 부담으로 아예 하드웨어 개발에서 손을 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출전팀 관계자는 "국내 로봇 업계에서도 하드웨어는 중국것을 가져다 쓰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자는 풍토가 번지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제조업 패러다임을 아예 중국에 넘겨주는 격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제조 데이터 보안 문제, 향후 로봇 하드웨어의 원활한 공급 등을 생각했을 때 국내 로봇 제조 생태계는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