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거래소 3분기 출범 임박…두나무, MB뱅크 재정비냐 파트너 환승이냐 기로
MB뱅크 1차 심사 탈락에도 PoC 협력 유지…환승이냐 재정비냐 3분기 전 결단 촉박 두나무 영업이익 77.8%·빗썸 95.8% 급감…340조 베트남 시장이 내수 한계 탈출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베트남이 이르면 이번 달 자국 최초 가상자산거래소의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 세계 4~5위 규모의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결정적 시점이 다가오면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섰다. 기존 파트너인 밀리터리뱅크(MB뱅크)가 베트남 당국의 시범사업자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응우옌 덕 찌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지난 6월 12일 하노이에서 열린 '2026 디지털 트러스트 인 파이낸스' 포럼에서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 체계 아래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첫 공식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2025년 9월 5년간의 규제 샌드박스 틀을 담은 '가상자산 시장 파일럿 시행 결의'를 발효하고, 2026년 1월 디지털기술산업법을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공식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했다. 연간 약 2300억달러(약 340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세계 4~5위 시장이지만 현지 거래소가 없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왔는데, 이 공백을 이제 자국 제도권 거래소로 채우겠다는 의지다.
두나무는 이 기회를 일찌감치 잡아뒀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하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MB뱅크와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기술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B뱅크는 1994년 설립된 베트남 국방부 소속 금융기관으로 약 3000만명의 고객 기반을 보유한 현지 4대 은행 가운데 하나다. 두나무는 업비트의 고성능 인프라, 보안·규제 대응 경험,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등을 MB뱅크에 제공하는 기술 파트너 모델을 구상해왔다. 올해 4월에는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MB뱅크 및 관련 파트너사와 만나 현지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문제는 베트남 당국의 시범사업자 서류 심사에서 MB뱅크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재무부 문서를 인용해 테크콤뱅크·VP뱅크·LP뱅크 계열사와 VIX시큐리티·선그룹 관련 법인 등 5곳이 1차 자격 심사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VPBank와 연결된 CAEX는 OKX 벤쳐스와 HashKey 캐피탈의 전략적 투자까지 확보하며 유력 사업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다만 두나무와 MB뱅크는 1차 심사 이후에도 기술 검증을 완료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어 파트너십 자체가 끊긴 건 아니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째는 MB뱅크와 계속 가는 길이다. 1년 가까이 쌓아온 협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가 최종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2차 관문을 함께 통과하는 방안이다. 응우옌 덕 찌 차관이 "최대 5곳까지 라이선스를 줄 것"이라고 밝힌 만큼 1차를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기회가 남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둘째는 1차 심사를 통과한 5곳 중 한 곳으로 파트너를 교체하는 길이다. 검증된 사업자와 손잡아 시장에 빠르게 올라탈 수 있지만, MB뱅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업계에서는 "3분기 공식 출범 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빗썸도 같은 처지다. 빗썸은 지난 3월 하노이에서 SSI증권의 자회사 SSID와 MOU를 체결하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지만, SSID 역시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파트너 모색이나 기존 파트너와의 재정비가 과제로 남아 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거래량 급감이라는 실적 압박 속에 해외 시장 개척이 시급한 상황이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8% 급감한 880억원에 그쳤고, 빗썸도 영업이익이 95.8% 쪼그라든 29억원에 불과했다.
한국 거래소 입장에서 베트남의 매력은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이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이 바이낸스·OKX·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베트남 내 제도권 거래소가 독점적 수요를 갖게 된다. 한국 거래소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 시스템 구축비, 운영 노하우 제공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리는 셈이다. 베트남 3분기 공식 출범이 임박한 지금, 두나무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국내 거래소의 동남아 시장 선점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