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장기공급계약 '가격 상한' 없앴다…장기계약 관행 탈바꿈

공급 부족 시 가격 상승분 온전히 반영 가능 마이크론은 하한선 강화로 수익성 방어

2026-07-01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AI 메모리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장기공급계약(LTA)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관행이던 가격 상한을 없앤 계약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전자와 함께 계약 기간도 늘리면서 공급사의 협상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고객사와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에 가격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을 적용했다. 메모리 장기계약에서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기존 관행과 달리, 공급 부족으로 시장 가격이 급등할 경우 현물가격 상승분을 계약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통상 메모리 업체들은 장기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고객사에 가격 상한을 제공해 가격 변동성을 줄여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가격 상승 국면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바꾼 셈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주요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격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유일한 업체라고 보고 있다.

장기 계약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존 1년 수준이던 장기공급계약을 3~5년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들도 메모리 공급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급사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공개한 전략 고객 계약(SCA)에서 기존 제품의 가격 상한을 2026년 2분기 시장가격으로 설정했다.

대신 가격 하한은 과거 어느 업황 사이클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설계해 시황이 악화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제품에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여지도 남겨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계약 기간”이라며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사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공급사는 장기간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서로 다른 계약 방식을 택했지만, 공통적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AI 서버와 HBM 수요 확대 속에 공급 우위가 이어지면서, 장기 계약에서도 공급사가 가격과 계약 조건을 주도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메모리 공급사의 협상력이 쉽게 약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공급계약에서도 단순히 물량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가격 구조까지 공급사에 유리하게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