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3년 새 재생에너지 43배 늘리고도 온실가스 '증가세'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생산 증가에 전력 수요 더 빠르게 늘어 PPA·REC 조달 비중 비공개…실질 감축 효과는 검증 과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기가 3년 새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43배로 늘렸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 수요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웃돌면서 감축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가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22년 6829MWh에서 2025년 29만1553MWh로 약 43배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2022년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가입한 이후 태양광과 풍력 등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조달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통상 두 가지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지역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지역 기반’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기 위해 아무리 따로 비용을 썼더라도, 해당 지역 전력망에 섞여 들어오는 석탄,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의 평균 배출 비율을 그대로 적용받는 지표다.
이 기준에서 삼성전기의 2025년 총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은 160만7570tCO2e로, 보고서가 공개한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추세상으로는 2021년에서 2023년까지는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2023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두 번째는 기업이 구매한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반영하는 ‘시장 기반’ 방식이다. 녹색프리미엄 제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했다면, 그 지분만큼은 배출 계수를 '0'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RE100 이행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삼성전기의 배출량은 2023년 132만1390tCO2e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2025년에는 139만6472tCO2e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를 반영한 기준에서도 배출량이 바닥을 찍은 뒤 다시 늘어난 것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구매 규모 자체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구매를 반영하지 않는 지역 기반 배출량과 이를 반영하는 시장 기반 배출량의 차이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함으로써 장부상 줄어든 것으로 인정받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삼성전기의 두 지표 간 격차는 2022년 3311tCO2e에서 2025년 21만1098tCO2e로 크게 확대됐다. 그만큼 장부상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체 배출량이 증가한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보다 생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더 빨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AI 서버와 전장용 MLCC,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이 늘고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해외 생산기지 가동도 확대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협력사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Scope 3)도 2021년 18만8987tCO2e에서 2025년 약 56만tCO2e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장부상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느냐’다.
새로 건설되는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으면,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수익성을 보장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늘어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운영 중인 발전소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만 값싸게 구매하는 경우에는 실제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지 않아 장부상 배출량만 줄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전기는 보고서에서 사외(Off-Site) PP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사용한 재생에너지 29만1553MWh 가운데 장기 PPA와 REC가 각각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공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판단하려면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과 비중에 대한 정보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확보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며 “장기 PPA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REC는 실제 발전량 증가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어 기업별 조달 방식과 비중을 함께 살펴봐야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보고서를 통해 전체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효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해외 생산기지의 배출량이 증가하고 MLCC와 패키지기판 등 주력 제품 생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조달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