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원롯데’ 선언 넘어 실행으로…신유열 부사장, 식품사업 전면에 선다

롯데웰푸드·일본 롯데제과, 싱가포르 합작법인 이달 출범 장남 신유열, 이사회 의장 맡아 아시아 식품사업 직접 지휘 해외사업 ‘컨트롤타워’ 구축…원롯데 전략도 실행 단계

2026-07-01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년간 강조해 온 ‘원롯데(One Lotte)’ 전략이 식품사업에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다. 한국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가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단순한 해외법인 신설을 넘어 한·일 식품사업의 의사결정 체계를 하나로 묶는 동시에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핵심 사업의 글로벌 전략을 직접 이끄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웰푸드의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가 양사 이사회 의결과 관계국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싱가포르에서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아시아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지금까지 국가와 법인별로 운영되던 생산과 영업, 물류, 연구개발(R&D) 기능을 연계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시장 진출과 글로벌 브랜드 육성 전략도 통합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분 구조는 롯데웰푸드가 51%, 일본 롯데제과가 49%를 보유한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해외 매출은 약 2조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각각 구축한 해외 생산기지와 유통망을 공동 활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롯데의 판단이다.

이번 합작법인의 의미는 단순한 조직 신설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별도로 움직이기보다 하나의 조직처럼 협력해야 한다는 ‘원롯데’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국가별 법인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 협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었다.

싱가포르 합작법인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줄이기 위한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별로 생산과 판매를 각각 추진하는 대신 어느 국가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어떤 유통망을 활용할지 하나의 조직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원재료 공동 구매와 물류 통합은 물론 연구개발과 브랜드 육성까지 협업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표 사례가 빼빼로다. 롯데웰푸드는 이미 일본 롯데제과의 베트남 생산시설과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빼빼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빼빼로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합작법인 출범으로 이러한 공동 프로젝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신유열 부사장의 역할이다. 신 부사장은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한·일 식품 계열사의 아시아 사업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그동안 미래성장실을 중심으로 바이오와 신사업, 글로벌 투자 등을 담당해왔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인 식품 분야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맡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경영 보폭 확대의 신호로 해석한다. 식품은 롯데그룹의 출발점이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핵심 사업이다. 이런 사업에서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신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 사업까지 경영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합작법인이 싱가포르에 설립된 것도 상징성이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사업의 허브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밀집한 곳이다. 롯데는 이곳을 거점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합작법인 설립만으로 곧바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는 오랜 기간 별도 조직으로 운영돼 온 만큼 의사결정 방식과 조직 문화, 사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이번 합작법인은 해외법인을 하나 더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업을 하나의 전략 아래 움직이도록 하는 첫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신유열 부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원롯데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차세대 경영 역할도 한층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