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영구채 발행 '러시'...자본확충 전략 속사정은?

2026-06-30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며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구채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 확충과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자본조달 수단이다. 다만 발행 목적은 증권사마다 차이를 보인다. 투자 확대를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선 곳이 있는 반면, 만기 도래 채무를 상환하며 재무 안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곳도 있다.

3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총 368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연 5.6%로 결정됐다. 메리츠증권이 영구채 발행에 나선 목적은 자본 확충을 통한 투자 여력 확보와 운영자금 마련이다. 투자금융(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신규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영구채 발행에는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며 투자 수요를 입증했다. 엠에프에스제일차가 950억원을 인수했고, 계열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700억원을 투자했다.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각각 500억원, 산은캐피탈은 300억원을 인수했다. 하나캐피탈과 코리안리재보험도 각각 200억원을 투자했으며, KB라이프생명보험, IBK캐피탈, 하나손해보험은 각각 100억원, 삼정저축은행은 30억원을 인수했다. 보험사와 캐피탈 등 제2금융권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메리츠증권은 대규모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신한투자증권도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만기 30년 조건의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발행했으며 발행 이자율은 연 4.87%다. 메리츠증권이 사모 시장에서 다양한 기관투자자를 모집한 것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발행 물량 2000억원 전액을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자금 조달의 목적을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라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주사의 자본 지원을 기반으로 자본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한편, 향후 신성장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대신증권은 투자 확대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대신증권은 최근 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며 발행 금리는 연 5.5%다. 조달 자금 전액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부채를 자본 성격의 영구채로 차환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조달 자금은 만기가 임박한 기업어음(CP) 상환에 투입된다. 대신증권은 2026년 3월 13일 이자율 3.10%로 발행한 기업어음 가운데 2026년 7월 3일 만기 600억원과 2026년 7월 6일 만기 100억원 등 총 700억원을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금으로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해당 CP는 산은캐피탈(200억원), 한국증권금융(200억원), 하나캐피탈(200억원), IBK캐피탈(100억원)이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금 집행 전까지 조달 자금을 은행 예금 등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사용 시점까지 유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증권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제적인 채무 상환을 통해 신용도와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이 영구채 발행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자본 규제 강화와 대형화 경쟁도 자리하고 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순자본비율(NCR) 등 주요 건전성 지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시장 상황과 자금 수요에 맞춰 영구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구채는 자본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규제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조달 수단"이라며 "투자 여력 확보, 운영자금 조달, 채무 차환 등 활용 목적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자본 경쟁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영구채 발행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