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 서버용 MLCC 4500억 수주…빅테크 공급망 입지 강화
AI 인프라 확대 고부가 MLCC 수요 급증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따내며 AI 인프라 핵심 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기는 30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약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1년이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고객사 및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2027년 이후 공급 확대 가능성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자기기 내부의 신호 간섭(노이즈)을 줄이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특히 AI 서버는 대규모 GPU가 동시에 동작하면서 순간적인 전력 변동이 심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MLCC는 AI 서버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MLCC 수요는 일반 서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GPU 1개당 2만개 이상이 사용되며 서버 랙 기준으로는 최대 60만개까지 탑재된다. 일반 서버 대비 탑재량이 최대 10배 이상 증가하는 만큼 초소형·고용량 제품이 요구되며, 105도 이상의 고온과 100V급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높은 신뢰성이 필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진입장벽 때문에 AI 서버용 MLCC 시장이 사실상 소수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체 글로벌 MLCC 시장에서는 약 2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난도가 높은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는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사양 MLCC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이 갖는 의미는 계약 규모 자체보다 AI 공급망 강화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버 증설 과정에서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검증된 공급사와 장기 계약을 확대하는 추세다. MLCC는 제품 인증 기간이 길고 품질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 한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후속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가 향후 추가 고객사 확보와 공급 물량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기는 자체 소재 및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초소형·초고용량·고온·고전압 특성을 갖춘 AI 서버용 MLCC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AI와 전장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중심이었던 MLCC 시장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고부가 제품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 MLCC가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서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고객 요구에 맞춘 차세대 선단 제품을 앞서 개발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