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 '죽는 R&D' 살리기에 총력...사업화 전용보증으로 돈길 잇는다
기보, R&D사업화 프로젝트보증 신설...정부 R&D·공공기술 사업화 기업 지원 기업 단위 평가 넘어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 심사...기존 한도 별도 최대 100억원 올해 총 3400억원 공급...프로젝트보증 2600억원·유동화보증 800억원 추진 환경 R&D 협약·기술거래 페스타로 기술 발굴·이전·금융상담 연계 업계 "제품화·양산 단계 자금 공백 줄이고 R&D 성과 사업화에 도움"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정부 연구개발(R&D) 성과와 공공기술의 사업화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개발 이후 제품화와 양산, 시장 진출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용 보증을 마련하고, 환경 R&D와 기술거래 플랫폼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보가 연구개발 성과와 시장 사이의 자금 공백을 줄이고, 기술금융의 사업화 지원 기능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보는 최근 국가 R&D 성과의 사업화와 양산을 지원하기 위해 'R&D사업화 프로젝트보증'을 신설했다. 정부 R&D 과제로 개발한 기술이나 공공연구기관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이번 보증은 기업 단위 평가를 넘어 사업화 프로젝트 자체의 성공 가능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심사하는 기술사업화 특화보증이다.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만 보기보다 해당 기술이 제품화와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지원 한도는 기존 보증한도와 별도로 시설자금을 포함해 최대 100억원이며, 보증비율은 기존 85%에서 최대 100%까지 높이고 보증료는 최대 0.5%포인트 감면한다.
올해 공급 규모는 총 3400억원이다. 기보는 R&D사업화 프로젝트보증으로 2600억원을 지원하고, 오는 7월 연계 상품인 ‘R&D사업화 유동화보증’을 도입해 800억원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기술개발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화 단계 지원이 중요하다"며 "연구개발과 사업화가 단절 없이 연결될 수 있도록 촘촘한 금융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보는 환경 분야와의 연계도 넓히고 있다. 기보는 지난 24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 R&D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기술 R&D 과제로 개발한 기술이나 공공연구기관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을 기보에 추천하고, 기보는 추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와 보증심사를 거쳐 R&D사업화 프로젝트보증 등 금융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공기술 이전과 금융지원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기보는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6년 상반기 기보 기술거래 페스타'를 열고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보유한 사업화 유망기술을 중소벤처기업에 소개했다. 기술이전 설명회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27개 기관이 참여해 인공지능(AI), 첨단제조, 바이오 등 미래전략산업 분야 유망기술 100건을 선보였고, 참여기업은 기술이전 상담과 맞춤형 금융지원 상담을 받았다.
업계는 기보의 최근 행보가 기존 기술보증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지원 범위를 R&D 이후 사업화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R&D사업화 프로젝트보증으로 제품화·양산 자금을 지원하고, 환경 R&D 협약과 기술거래 페스타를 통해 사업화 대상 기술의 발굴과 이전, 금융상담을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담보나 안정적 매출이 부족한 기술기업의 사업화 자금 공백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수한 R&D 성과를 확보하더라도 일반 금융회사만으로는 제품화와 양산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기술 발굴과 이전, 보증, 금융상담이 함께 이뤄지면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 단계에서 멈추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기업은 연구개발 성과를 보유하고 있어도 사업화 단계에서 담보나 매출 부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한 보증 지원이 제품화와 양산 단계의 자금 공백을 줄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도 "R&D 이후에는 시제품 고도화, 인증, 금형 제작, 초도 양산처럼 매출이 나기 전에 먼저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며 "기업 전체 재무상태만 보면 이런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데, 사업화 프로젝트 단위로 기술성·시장성을 함께 봐주는 보증이 있으면 제품 출시까지 버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