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줍줍'…키움증권까지 빗썸 노렸다
두나무·코인원·코빗 이어 빗썸까지…4대 거래소 모두 금융사 품에 1분기 영업이익 77~95% 급감 불황기에 오히려 지분 쇼핑…STO·스테이블코인 선점 포석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실적이 바닥을 치는 불황기에 금융권의 거래소 지분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키움증권이 빗썸 지분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4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가 모두 금융기관과 지분 관계로 엮이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빗썸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방식을 통한 지분 투자 방안을 협의 중이다. 빗썸이 신주를 발행하면 키움증권이 이를 인수하는 구조로, 현재 논의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관계자는 "금융권을 비롯한 여러 기업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키움증권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빗썸은 키움증권 외에도 여러 사업자와 지분 매각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투자가 성사될 경우 신주 발행 방식이어서 기존 빗썸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될 전망이다.
빗썸 입장에서 이번 논의는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지급 사고 후폭풍으로 IPO를 2028년 이후로 연기한 빗썸에게 금융권 지분 투자는 자금 조달과 신뢰 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카드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두 배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장이 늦어지는 만큼 외부 자금 조달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제도권 금융기관을 주주로 끌어들여 신뢰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키움증권 지분 투자가 성사되면 빗썸은 1분기 당기순손실 869억원을 기록한 실적 부진 국면에서 자금을 수혈받는 효과도 있다.
이번 논의가 가시화되면 국내 4대 원화거래소와 금융기관의 지분 관계가 사실상 완성된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는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합산 4%, 한화투자증권이 9.84%, 하나은행이 6.5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코인원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약 20%를 취득해 3대 주주로 올라섰고,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2.0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빗썸 지분을 확보하면 4대 거래소 전부에 전통 금융기관이 주주로 들어오게 된다.
금융권이 불황기에 거래소 지분 매입에 나서는 건 역발상 전략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8% 급감했고, 빗썸의 영업이익은 95.9% 쪼그라들었다. 업비트의 1분기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62.3% 감소했다. 거래소 실적이 부진할수록 기업가치도 낮아져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STO·스테이블코인 제도화로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면 보유 지분 가치가 크게 뛸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불황기 금융권 지분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실적 부진 국면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제도권 금융기관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규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금융권과의 협력 관계가 규제 논의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빗썸의 경우 키움증권과의 협력이 온라인 투자 플랫폼 연계, 법인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실적이 바닥인 지금이 오히려 지분을 확보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건 금융권도 알고 있다"며 "STO·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되면 지금 확보한 지분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