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EB 1400억 취득...재원 마련에 쏠린 눈②
차헬스케어 주식 매각대금 투입...재무건전성 강화 포석 차헬스케어 '2027년 상장' 못하면 연 12% 풋옵션 지급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차바이오텍이 2027년 차헬스케어 상장을 목표로 2024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14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계열사 차헬스케어 기명식 보통주 769만2308주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면서다. 업계는 차바이오텍이 손자회사 차AI헬스케어 352억원 공모자금 등을 동원한 연쇄 지분 거래를 통해 모회사의 EB 상환을 위한 우회적 유동성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차바이오텍 공시에 따르면 이번 EB는 지난 2024년 12월 20일에 발행돼 2029년 12월 20일 만기가 예정됐던 물량이다.
EB 조기 상환은 차헬스케어 발행주식 수 27.43%에 달하는 수준으로, 최종 취득 금액은 사채 권면금액에 조기상환지급일까지의 미지급 이자 등을 더한 1408억5082만원이다. 자회사 차헬스케어 보통주와의 교환비율은 100%, 교환가액은 2만7300원이다. 교환청구기간은 2025년 12월 20일부터 2029년 11월 20일까지다. 차바이오텍이 취득한 EB는 상호 합의에 따라 전량 소각된다.
차헬스케어 실적 악화 후 '피움펀드' 조성
만기까지 3년 남짓 남은 가운데 나온 이번 상환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차헬스케어의 실적 악화와 금융당국의 중복 상장 금지 기조 등이 조기 취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차바이오텍은 2027년까지 차헬스케어 상장을 조건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 계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2024년 12월 20일 차헬스케어 주식을 담보로 하는 1200억원의 EB를 발행했다.
그러나 차헬스케어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691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자 4월 13일 차바이오텍은 2070억원 규모 '피움AI 퓨처헬스케어 신기술금융투자조합(피움투자조합)'을 결성하며 펀드 조성에 시동을 걸었다. 차바이오텍 측은 차헬스케어 실적과 무관하며, 투자자 재편을 통한 EB 조기 상환이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차AI헬스케어가 조달한 공모자금 352억원은 상위 계열사로 흘러들어갔다. 이 중 202억원은 지난 18일 모회사 차바이오텍이 보유하고 있던 ‘인빅터스재팬헬스케어펀드 제1호’ 지분 35.4%를 차AI헬스케어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동됐다.
나머지 150억원은 같은날 차AI헬스케어가 차케어스로부터 카카오헬스케어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흘러들어갔다. 차바이오텍이 차케어스 등 자회사 재무 관리를 위해 사업보고서에 대여 자금 내역을 남긴 점을 감안하면, 차케어스가 확보한 150억원 역시 기존 관행대로 차바이오텍에 채무 상환이나 자금 대여 방식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남긴다.
EB 조기 상환으로 재무구조 개선
18일 하루 만에 차바이오텍의 자회사·손자회사를 거쳐 발생한 352억원 현금은 같은 날 공시된 차바이오텍의 피움투자조합 출자금 600억원의 과반에 달한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 자금과 외부 FI 자금이 결합한 피움투자조합이 차헬스케어 주식을 매입하는 구조가 완성됐고, 차바이오텍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지분 매각 대금 등을 바탕으로 대규모 현금을 쥐게 됐다.
업계에서 차바이오텍이 하부 계열사들을 동원해 펀드 출자를 위한 '마중물'을 우회적으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차바이오텍 측은 모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높은 자회사 지분을 유동화해 모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차바이오텍 측은 EB 조기 상환이 차헬스케어의 2027년 상장 의무를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에 대해 "투자자 재편을 목적으로 EB를 상환하는 것"이라며 "EB를 상환하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