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바르셀로나 명소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성의 비밀 무기는 접착제

-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년・독 헨켈 설립 150주년 동시 기념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종교 건축물로 거듭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이야기

2026-06-30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종교적 건축물이 바르셀로나에서 탄생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Sagrada Família Basílica)이다. 이 위대한 유산이 예수 그리스도 대 첨탑을 완공하고 대중 관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고금(古今)의 눈부신 건축 유산이 박물관처럼 늘어서 있어 건축 학도와 애호가들이 한번쯤 다녀가는 건축 순례지, 바르셀로나. 이 도시가 속한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 주민들의 영혼적 구심점이자 동시에 고수익 효자 관광 상품이기도 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착공(1882년)한지 144년이 지난 올해 2026년, 드디어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독일의 울름 대성당(높이 161.52m)을 제치고 첨담 높이 172.5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종교 건축물로 등극했다.

올해는 바르셀로나의 아들, ‚신의 건축가‘ 가우디가 서거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2005년

지난 2026년 6월 10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설계한 전설적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6.25~1926.6.10)가 이 성당 작업실로 출근하던 길에 전차에 치여 세상을 뜬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에 맞춰 바티칸 교황 레오 14세는 몸소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예수 그리스도 탑에 은총을 내리는 미사를 집전했다.

♢ ‚미래 비전’으로서의 기념비적 건축 사업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설계를 맡았던 19세기 말엽 유럽에서는 낭만주의 사조를 타고 ‚신고딕(Neo-Gothic)‘ 또는 ‚고딕 부흥(Gothic Revival)’ 양식이 대륙을 휩쓸고 있었지만, 그는 여러 양식을 절충적(eclectic)으로 구현한 고도로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자신만의 독자적 성당 건축 양식을 구현했다.

오늘날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미완성 상태인 이유는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외관 때문만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가우디 역시 살아 생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을 보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구상한 ‚미래의 성당’은 미래 후대의 여러 건축가 및 기술자의 손과 첨단 신기술을 거쳐 언젠가 완성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같은 신념은 가우디만의 발명품은 아니다. 중세부터 고딕 성당을 짓기 시작한 유럽에서 대성당 건설 사업이란 언제나 수백 년 역사의 흥망성쇠, 전쟁, 재정 부족을 무릅쓰고 건설, 수리, 개조를 거듭하는 ‚영원한 미완성(work-in-progress)’의 장기 종교적・공동체 프로젝트였다.

건설

‚신의 건축가’ 가우디는 현재 바티칸 교황청이 시성(諡聖)을 고려할 만큼 근실한 종교인이기도 했다. 1883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 설계를 맡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의 삶을 살았다. 그는 직업적 전성기이던 19세기 말~20세기 초엽 여러 부유 클라이언트의 건축 설계 수주받아 일하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 작업실에서 일에만 몰두하며 성직자를 방불케 하는 검소한 생활을 고집하고, 사회 약자를 위한 건축 설계와 자선 활동에 힘썼다.

♢ 대중 방문객 관람료로 재정 마련하고 시대적 기술 진보로 시공 결실

우리나라 충남 예산에 자리한 보덕사가 부처님께 속죄하는 절인 것처럼, 가우디는 사르라다 파밀리아를 신도들이 신과 영원에 대해 생각하며 속죄를 구하는 신전으로서 설계했다. 순수히 개인 신도의 기부금과 방문객 입장료 수익으로 건설・운영돼야 하는 이 대성당이 보는 이를 천상의 세상에 있는 듯한 감각적 감흥으로 몰아넣는 것이 건축가에게 얼마나 중대 임무였을지 능히 짐작된다.

가우디가 그린 스케치, 설계 도면 등 문헌 자료는 스페인 내전(1936~39년)과 무정부주의 혁명기를 걸치며 완전히 소실됐다. 이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생전에 가우디가 남긴 축소판 건축 모형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산업용 로봇팔을 동원해 디지털로 해석 및 재건한 것이라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 총책자 조르디 파울리(Jordi Faulí)는 말한다.

Photo:

대성당 중앙부와 그 옆에 숲 속 나무들처럼 무리지어 서있는 18개 탑들은 예수 그리스도 탑을 둘러싼 성서 속 복음자들과 성인들을 상징한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정중앙에 솟구쳐 오르듯 서있는 예수 그리스도 첨탑과 그 주변의 성인 첨답 5개(성모 마리아와 4대 제자 상징)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건축사상 시공이 가장 난해한 구조로 악명 높다. 그물 패턴의 독특한 시가 모양의 탑 디자인은 카탈루냐 지방 전통 축제의 ‚카스텔(castell)‘ 인간탑의 형상을 본뜬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촛물이 흐르는 촛대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가우디가 미래 기술의 진보에 걸었던 믿음은 계속 실현 중이다.

천국에 한 치라도 가까이 닿으려는 인간의 열망과 신의 장엄함을 하늘을 향해 드높이 솟은 건축물로 형상화한 고딕 양식 건축물을 지을 때마다 기술자들이 봉착하는 최대 난제는 무거운 돌(주로 석회석, 사암), 목재, 금속 등 무거운 건설 자재를 이용해 벽면을 높이 쌓을 때 그 구조가 가하는 막대한 하중을 지탱할 해법을 찾는 것이었다.

사그라다

가우디 역시 성당을 돌로 지어올린 성경책이라고 여겼던 만큼 성당 외벽 자재는 석재일 것을 고집했다. 그는 첨탑을 가급적 높이 세우는 해법으로 예배당 천장과 신도석 중앙로 기둥 머리에 현수형 아치(catenary arch)를 응용했지만, 최근까지도 현수형 아치로 성당 천정 위로 무려 18개의 석재 첨탑을 얻는 것은 최근까지도 건축 공학적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번에 건축 시공을 담당한 2BMFG 건축사무소와 건축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Arup)은 석재 안에 금속 철근을 심어 견고성을 높이는 프리스트레스(pre-stressed) 공법으로 제작한 모듈러 석판을 탑 아래에서부터 위로 층층히 쌓아 올리는 시공법으로 성당 천정 위로 석조 첨탑을 얻을 수 있는 우아하고 경이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예수

모듈러 석판 적재 공법을 가능케 한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공로자’는 프리스트레스 석판 속 금속 철근과 돌을 하나로 이어 주는 첨단 접착제다. 이미 서구 건축업계에서 탄소발자국 감축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장점을 이유로 활용되고 있는 에폭시 수지 기반 건축용 화학 접착제는 특히 석재처럼 무거운 자재의 무게를 줄이고 하중 스트레스 분산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그라 파밀리아 재단과 2BMFG 건축사무소는 이미 10년 전부터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비재 및 산업용품 기업인 헨켈(Henkel)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접착제를 이용한 대성당 구조 하중 해결을 모색해 왔다. 헨켈이 사그라 파밀리아 프로젝트를 위해 맞춤 배합・제조한 ‚록타이트 EA 9497‘ 접착제는 성질이 서로 매우 다른 돌과 금속이라는 두 자재를 마치 하나의 구조물처럼 일체화시킨다.

모듈러

♢ 대중을 위한 가톨릭 대성당 — 경외와 공포의 신전에서 환상과 환희의 천상 세계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입구에서는 가우디가 상상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광경과 축복의 순간을 묘사한 부조 조각이 입장객을 반긴다. 유럽의 중세 고딕 성당들이 신앙인들에게 원죄와 죽음에 대한 공포의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최후의 심판 장면으로 처벌과 죽음을 형상화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축가 가우디가 빛과 유기적 곡선을 한껏 살려 그려낸 환상적 비전과 파격적 양식의 대성당은 양식적으로는 파격적이되 상징적으로는 낙관적인,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예배와 사색의 공간이다. 지난 150년 가까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전 세계인들의 성지 순례지이자 건축 답사 명소로 수없이 방문되고 사랑받아 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그라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기둥머리와 별 모양 천장,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이치는 찬란한 자연광은 방문객의 눈과 마음을 단숨에 압도하는 이 대성당의 백미(白眉)다. 현재 건축 시공 팀은 성당 내부에서 예수 그리스도 첨탑 꼭대기 전망대까지 관객을 이동시킬 승강기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역사적인 예술 그리스도 첨탑 완성과 함께 전 세계인들을 맞이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여전히 건물 자체의 어마어마한 하중 외에도 기술력으로 풀어야 할 구조적・환경적 숙제를 안고 있다. 40도 안팎의 계절별 기온차, 지중해 인접에 따른 염도 높은 대기, 그리고 대성당 지하 관통하는 2개의 지하철 노선으로 인한 건물 진동을 흡수해야 하지만, 가우디가 예견했듯, 인류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며, 그가 꿈꾼 대성당 비전이 완성되는 그날을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