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건보 적용 추진에 실손 가입자 ‘촉각’…세대별 보장 여부 ‘제각각’

이재명 정부, 탈모 급여화 공론화 착수…실손 보장 여부 ‘오리무중’ 1·4·5세대 면책 조항 없지만 2·3세대는 노화 탈모 면책 명시…희비 엇갈려 급여 범위 어디까지냐에 따라 실손 영향도 달라…업계 “세부 기준 나와야”

2026-06-26     최정윤 기자
[사진=챗GPT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불붙으면서 국내 탈모 인구 약 1000만명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여화 여부에 따라 실손보험 보장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만 “내 실손보험이 되냐 안 되냐”는 물음에 보험업계도, 금융당국도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비급여로 분류된 유전·노화로 인한 탈모에 대한 건보 적용을 검토 중이다. 급여화가 이뤄지면 병원 진료비 중 국가가 일부를 부담하고 환자는 본인부담금만 내게 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이 본인부담금을 실손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등 병적 원인이 명확한 원형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전성 탈모와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세대 구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 4세대 실손(2021년 7월~2026년 5월 판매), 5세대 실손(2026년 5월 6일부터 판매)은 탈모 관련 별도 면책 조항이 없다. 반면 2세대 표준화실손과 3세대 신실손의 경우 노화로 인한 탈모 또한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됐다.

탈모 치료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급여화에 따른 실손보험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액은 2022년 2164억원에서 2025년 2568억원으로 늘었으며 탈모 관련 진료비를 합친 전체 치료비용은 연간 2900억원을 웃돈다. 대한탈모치료학회 등 학계는 탈모증을 겪는 인구를 전체 인구의 20% 가량인 1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핵심은 정부가 탈모를 공식적으로 어떤 개념으로 규정하느냐와 더불어 급여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느냐다. 원형탈모 등 질병 영역의 탈모는 기존에도 실손 보상이 가능했다. 달라지는 건 유전·노화로 인한 탈모가 급여 범주에 포함될 경우 실손보험 보장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다. 이에 대한 업계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여의 범주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실손보험 영향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정되기 전까지는 실제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 세대별 탈모에 대한 지급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업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탈모가 급여 항목으로 편입되면 그동안 비급여로 비용을 부담해 온 가입자들의 실손 청구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며 “2·3세대 약관에는 노화로 인한 탈모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급여화 이후에도 분쟁 소지가 있다. 정부가 질병으로 인정하더라도 약관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며 탈모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약속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가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며 건보 적용 확대 검토를 다시 한번 지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대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건보 재정이 얼마나 들어갈지 실무 검토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탈모 문제를 청년층이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20~34세에 한해 탈모약의 건보 적용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세대별 보장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정부의 공론화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실손 가입자들이 자신의 보험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