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증시 데뷔 초읽기…마이크론과 PER 격차 줄일까

ADR 공모가 결정 앞두고 재평가 기대 삼성전자 동반 리레이팅 여부 주목

2026-06-25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통로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그동안 제기돼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최대 1779만주를 원주로 ADR을 발행해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 달 10일이며 공모가는 미국 현지시간 기준 7월 9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ADR 상장의 핵심은 자금 조달보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은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9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11배 안팎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 경쟁력과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내 증시에만 상장돼 있다는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ADR 상장 이후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와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능해질 경우 이러한 할인 요인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나스닥 지수나 반도체 ETF 편입 가능성이 열리면 마이크론에 투자하던 글로벌 자금 일부가 SK하이닉스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침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것도 긍정적인 변수다. 마이크론은 AI 서버용 HBM과 D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이번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향후 메모리 수급도 2027년까지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 성장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AI 메모리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경우 ADR 수요예측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은 삼성전자로도 이어진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흥행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적용해온 할인 요인을 다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저평가 해소 기대가 커질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던 할인 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통해 미국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국내 증시에만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메모리 업종 내에서도 미국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SK하이닉스에 집중될 경우 양사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외에 스마트폰, 가전, 파운드리 등 사업 구조가 복합적인 만큼, SK하이닉스처럼 직접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ADR을 통해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같은 무대에서 평가받게 된다는 점”이라며 “만약 밸류에이션 격차가 실제로 축소된다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주 전반의 저평가 논의도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