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결론 VASP 갱신, 기로 선 빗썸…FIU 오지급 검사 결과가 변수
VASP 만료일 2024년 12월 지났는데 갱신 대기 중…법적 불수리 요건엔 해당 안 돼 단일 실무자 승인으로 2000BTC 지급된 구조 허점…오지급 검사 결과가 갱신 시점 가를 변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중 빗썸과 고팍스만 아직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코빗·코인원이 잇달아 갱신을 완료한 가운데, 빗썸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에 더해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관련 검사까지 변수로 얽히면서 갱신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원화거래소는 모두 2024년 8~10월 사이 갱신 서류를 제출했지만 FIU가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를 실시하면서 갱신 심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최초 신고 수리일로부터 3년마다 갱신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비트(2025년 12월), 코빗(올해 2월), 코인원(지난달 29일) 순으로 갱신이 완료됐고, 남은 건 빗썸과 고팍스 두 곳이다.
업계 시선은 특히 빗썸에 쏠린다. 빗썸의 VASP 만료일은 이미 2024년 12월에 지났다. 다만 특금법상 갱신 심사 기간 중에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현재 빗썸은 사실상 '갱신 대기' 상태로 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FIU는 지난 3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빗썸에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 처분을 결정했다. 미신고 사업자 거래, 고객신원확인(KYC) 위반, 거래제한 의무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다수 위반사항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여기에 올해 2월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까지 겹쳐 있다. 당시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단위 입력 오류로 695명에게 2000원 상당의 비트코인 대신 2000BTC씩을 오지급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다. 단일 실무자의 승인만으로 대규모 코인 지급이 이뤄진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즉각 현장 검사에 나섰다.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검사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직원 실수가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판단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갱신을 막을 근거가 없다. 특금법이 정한 갱신 불수리 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미획득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미발급 등으로 한정돼 있어, 오지급 사고나 FIU 제재 자체는 법적으로 갱신 거부 사유가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법상 명시된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당국이 수리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빗썸의 갱신 심사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보류 입장을 내비쳤다. 법적 불수리는 어렵지만 빗썸이 시장 신뢰 회복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갱신 절차를 장기간 미뤄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순서대로라면 하반기 중 갱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지만, 오지급 검사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팍스는 또 다른 구도다. 고팍스는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분 67.45%를 보유한 상태로, FIU 제재 결과와 갱신 심사 결과가 모두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고팍스는 미신고 사업자 관련 위반 규모가 타사보다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트래블룰 시행 초기부터 의심 거래를 보수적으로 관리해 왔고, 의심 거래로 판단된 경우에는 100만원 미만 거래에도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고팍스의 경우 FIU 제재가 먼저 확정된 뒤 갱신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갱신을 마친 코인원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OKX와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 지분을 약 20%씩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갱신이 완료되지 않은 빗썸과 달리 코인원은 외부 자본 유치 논의까지 본격화되면서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코인원도 FIU로부터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52억원을 부과받았으나 법원에 효력 정지를 신청해 현재 집행이 중단된 상태여서 제재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VASP 갱신이 형식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 내부통제 심사의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빗썸의 갱신 결과는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에 대한 규제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