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ffect] 계열사의 5000억원, 정의선의 22.6%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배력 강화…그룹 투자와 회장 개인자산이 만나는 지점

2026-06-23     이충진 기자

22일 이사회에서 한 표 한 표가 올라갈 때, 표결 대상은 소프트뱅크가 가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65%였다. 그러나 표결의 효과는 그 지분에만 머물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약 5000억원을 들여 외부 주주를 내보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룹 내부 회사가 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지분은 늘어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자산으로 보유한 22.6%는 그대로 남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 회사다. 공장은 로봇의 실증 무대가 되고, 계열사는 부품을 공급한다. 외부 주주 없는 구조는 그 전략 실행에 유리하다.

소프트뱅크 지분 9.65%의 가격이 3억2500만달러라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전체 기업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약 33억7000만달러다. 이 기준을 정 회장의 22.6%에 적용하면 7억6000만달러가 넘는다. 우리돈 약 1조 1700억 원이 넘는 돈이다.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지분에 실제 거래가격이라는 기준이 생긴 셈이다.

그 돈을 정의선 회장이 받은 것은 아니다. 지분을 매각한 것도 아니다. 이번 거래를 사익 편취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때 개인 자금을 투입했다.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계열사들이 추가 자금을 부담해 외부 주주를 정리한다. 정 회장의 개인 지분은 희석되지 않는다.

위험을 함께 진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의 과실을 얻는 것은 자본시장의 원리다. 문제는 기업가치를 키우는 후속 투자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현대차 공장이 로봇을 시험한다. 현대모비스가 부품을 개발한다. 계열사가 연구개발과 사업화 비용을 감당한다. 그 결과는 계열사 지분뿐 아니라 정 회장의 개인 지분에도 같은 비율로 반영된다.

이사회가 따져야 할 것은 로봇산업 전망만이 아니다. 거래가격은 적정했는가. 계열사별 부담은 사업상 이익에 비례하는가. 이해관계가 얽힌 의사결정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현실화하면 질문은 더 커진다. 정 회장의 22.6%는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된다. 그 자금이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상장도, 매각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반복해서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하고 키운 회사 안에 총수의 큰 개인 지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래사업에 대한 개인적 확신의 증거로 만들었다. 이제 그 지분은 책임투자의 상징만으로 남지 않는다. 그룹의 로봇 전략과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만나는 자산이 됐다.

22일 이사회에서 한 표 한 표가 올라갈 때 계열사들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마지막 외부 지분을 사들였다. 그 표가 정의선 회장 개인 통장에 돈을 넣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통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산의 가격표는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