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 향한 질주 속 코스닥 1000선 붕괴...승강제 도입 반전 카드 되나
코스피·코스닥 지수 격차 사상 최대 수준 금융당국, 하반기 코스닥 승강제 도입 논의 본격화 체질 개선 기대 등 정책 모멘텀 재부각 여부 주목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자본시장이 뚜렷한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1만 시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코스닥은 1000선 아래로 밀려나며 상대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승강형 세그먼트(리그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들고 하반기 반전의 모멘텀을 모색하고 나섰다.
2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9107.29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95포인트(0.62%) 하락한 960.64에 거래를 마치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스피와 코스닥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양극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양대 시장의 엇갈린 흐름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대형주 중심 장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형주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피는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9000선마저 넘어서는 등 강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대형주 쏠림 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스피 강세가 이어지는 동안 바이오, 2차전지, 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은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이탈에 시달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마저 코스피 대형주와 해외 증시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코스닥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00선을 내주고 960선까지 밀려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체질 개선의 마스터키로 ‘코스닥 승강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등 복수의 세그먼트로 구분한 뒤 기업의 규모와 성장성, 재무 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승격과 강등을 결정하는 제도다. 거래소는 하반기 중 최종 개편안을 마련해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승강제를 통해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여 코스닥 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상위 단계인 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전체 코스닥 상장사 약 1800여 곳 가운데 70개 안팎의 우량 기업만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거래소는 해당 기업군을 중심으로 신규 지수를 개발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투자상품을 확대해 기관과 해외 투자자 자금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기금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대표 우량주군을 육성하고, 우량 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수요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승강제의 또 다른 핵심 목표는 부실기업 정리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는 성장성이 떨어지거나 상장 유지 요건을 간신히 충족하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해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거래소는 관리군을 별도로 운영해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사실상 격리하고, 우량기업 중심의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승강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털(VC) 업계는 프리미엄 세그먼트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될 경우 비편입 기업들의 투자 유치와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성장 초기 단계의 혁신기업들에 '비우량 기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로 일부 시장에만 자금과 관심, 유동성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며 "2022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도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재편했지만 최상위인 프라임 시장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의 성장 경로를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벤처기업의 자회사 분사·상장은 일부 기업의 쪼개기 상장과는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와 일반주주 보호장치 마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과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별도 심사 트랙을 마련하고 국가전략산업이나 벤처캐피털(VC)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기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 단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