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치고 '시총 1위'…25년 7개월 만 코스피 왕좌 교체
HBM·AI 수혜 집중되며 삼성전자 추월 ADR 상장 기대감까지 더해져 주가 강세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장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2000년 이후 유지해 온 시총 1위 자리가 25년 7개월 만에 바뀌면서 국내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전자는 1999년 7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이래 장기간 대한민국 증시 대장주의 지위를 굳혀 왔다. 등락이 있었지만, 2000년 11월 이후 시총 1위 자리를 장기 수성하며, 우리 증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가 무서운 기세로 왕좌를 첫 탈환하며, 향후 밸류를 두고 양사의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2일 오후 1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4.41% 상승한 288만6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2056조8600억원 수준이다. 전일대비 소폭 하락한 삼성전자는 2053조5050억원 가량이다.
이번 역전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양사에 다르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급을 확대해 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노조 총파업 위기로 주가가 정체되면서 AI 투자 열풍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양사의 주가 상승률은 크게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에만 약 34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197.7% 가량 상승했지만 상승률에서는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으며, 상장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와 유동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는 역전이 발생했지만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서고 있다. 22일 오후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총은 179조원 가량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총 역전이 단순한 주가 경쟁을 넘어 AI 시대 반도체 산업 주도권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과 종합 전자기업 경쟁력이 삼성전자 가치를 이끌었다면, 현재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HBM 공급 능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AI 인프라와 직결되는 메모리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시총 순위 변화는 단기 주가 흐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AI 시대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어떤 기업이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