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버티는데 중소기업만 무너진다…5대 은행 중소기업 연체율 2020년 이후 최고

중소기업 연체율 0.73%, 대기업의 8배…2020년 이후 최고치 고정이하여신도 중소기업만 튀어…한은 금리 인상 시사에 악화 우려

2026-06-22     박금재 기자
5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고환율·고유가·금리 인상이 한꺼번에 덮치는 가운데, 그 충격이 중소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 연체율은 0.09%대를 유지하는 사이 중소기업 연체율은 0.73%까지 치솟아 격차가 8배를 넘었다. 한국 경제의 양극화가 숫자로 드러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평균은 0.51%로 4월 말(0.46%)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0.37%)과 비교하면 5개월 새 0.14%포인트 올랐다.

수치 뒤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5월 말 0.73%로 5대 은행 합산 수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충격을 버텨낸 수치보다 더 나쁜 수준이다. 작년 말 0.50%에서 4월 말 0.65%로 오른 뒤 5월 한 달 동안만 0.08%포인트 추가로 뛰었다. 상승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5월 말 0.09%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0.03%)보다는 올랐지만 중소기업(0.73%)의 8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경제 환경에서, 같은 은행권 대출을 받고 있음에도 체감하는 충격은 이렇게 다르다.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 대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운전자금 대부분을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금리와 환율 변동에 훨씬 취약하다.

부실채권 지표도 같은 흐름이다. 5월 말 5대 은행의 원화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 평균은 0.44%였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돼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위험해진 부실채권이다. 이 중 중소기업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8%로 2020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대기업(0.30%), 가계(0.27%)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체율 악화가 부실채권 급증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패턴이 중소기업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외부 환경은 더 가혹해지고 있다. 이란전쟁 여파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6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는 직격탄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이자 부담까지 가중될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 한계기업과 취약차주에 더 큰 부담이 된다"며 "내수 둔화나 연체율 상승 압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은 내수 경기와 직결되는 층이다. 이들의 연체율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가 위축되면 다시 중소기업 경영이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은 글로벌 IT 수출 호황을 타고 실적을 쌓아가는 동안, 내수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은 고유가·고환율·금리 인상의 삼중고에 홀로 노출돼 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집중되는지, 그 반대편에서 누가 짐을 지고 있는지가 연체율 숫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