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로 반격…한 달 새 5조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광역철도·종근당·효성 한 달 새 4.9조…두산 SK실트론 인수금융까지 참여 가계대출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 선언…80조 로드맵 속 정진완 승부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분기 역성장하고 서울시금고 탈환에도 실패했던 우리은행이 최근 한 달 새 초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 협약을 연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우연한 행보가 아니다. 우리금융그룹이 가계대출 중심 영업에서 생산적·포용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며 내건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는 신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인프라 금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1조9131억원 규모의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사업' 금융약정식을 열고 대표 금융주선기관 역할을 완수했다. 부천 대장신도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약 20km 구간의 광역 교통망 사업으로, 개통되면 대장신도시에서 여의도까지 25분, 광화문까지 37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IBK기업은행·교보생명·한화생명 등 주요 금융기관과 협력해 자금을 끌어모았고, 승객 요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과 정부가 임대료를 지급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결합한 국내 철도 사업 최초의 혼합 모델을 도입했다.
같은 날 기업금융에서도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에서 종근당과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향후 5년간 총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한도를 설정했다. 종근당이 경기 시흥 배곧지구에 조성 중인 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R&D 단지와 글로벌 신약 개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정진완 행장은 "종근당의 담대한 글로벌 도전이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은행이 산업 성장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규모는 더 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에서 효성그룹과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생산적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 총 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한도를 열었다. 지원 대상은 효성을 비롯해 전력기기·인프라를 담당하는 효성중공업, 섬유·소재의 효성티앤씨, 화학·소재의 효성네오켐 등 주요 계열사다. 노용필 우리은행 대기업영업전략부장은 "이번 협약은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선제적 금융지원을 통해 기업의 미래 투자를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의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광역철도(1.9조원)·종근당(1조원)·효성(2조원) 세 건만 더해도 한 달 새 4.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은행은 두산그룹과 별도로 맺어둔 '미래전략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지분 인수에도 발을 들였다. 두산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산업은행과 공동 주선기관으로 참여해 인수자금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전체 조달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은행 단독 분담액이 아니라 산업은행과의 공동 조달이며 최종 규모는 협의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이 모든 행보를 묶는 틀은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다. 가계대출 중심으로 짜여 있던 영업 기조를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선언으로,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 73조원과 포용금융 7조원을 합쳐 총 8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종근당·효성 협약 모두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개별 영업점 단위의 산발적 영업이 아니라, 그룹이 정한 청사진 아래 정진완 행장이 직접 나서 대형 거래를 연쇄적으로 체결하는 구조다.
이 같은 행보는 정진완 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던진 메시지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정 행장은 "2026년은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9대 전략 산업에 자금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를 펴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바이오(종근당)·중공업·소재(효성)·인프라(광역철도)·반도체(두산-SK실트론) 등 핵심 산업에 선제적으로 대형 자금을 투입하며 정책 기조에도 정확히 부응하는 모양새다.
다만 대형 PF·기업금융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그룹이 비은행 계열사 확충에 자본을 쓰는 과정에서 CET1(보통주자본)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 상태였고, 이로 인해 기업금융 확대 속도를 조절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형 PF·인수금융은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리는 요인이라 CET1 비율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5년 단위 장기 여신 약정이 많은 데다 사전 여신 한도 설정 방식이라 실제 자금이 집행되는 시점과 규모는 차이가 있어, 당장 2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누적되는 구조다. 1분기 역성장의 충격을 만회하려는 우리은행의 승부수가 실제 숫자로 증명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