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G이노텍, 반도체 기판 승부수…2030년 FC-BGA 매출 1조 겨냥
AI 서버용 기판 수요 급증…"2029년까지 반도체 업황 굳건" 베트남 1조 투자·고객사와 증설 협의…후발주자 꼬리표 뗀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이노텍이 AI 반도체 기판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AI 서버 확산으로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2030년 패키지솔루션사업부 매출 3조원, 203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대규모 증설과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16일 열린 반도체 기판 기술 설명회에서 "지난해 기준 약 1조7000억원 규모인 패키지솔루션사업부 매출을 2030년까지 3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키고, 2031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 수준까지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LG이노텍의 3대 사업부 중 하나로 RF-SiP, FC-CSP, FC-BGA 등 반도체 기판 사업과 디스플레이용 기판 사업을 담당한다. 회사는 최근 AI 서버 시장 확대에 따라 반도체 기판을 광학솔루션사업에 이은 핵심 수익 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특히 회사는 AI 서버용 FC-BGA 시장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0억원 수준인 FC-BGA 매출을 2030년 최소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조 전무는 "기존 PC용 FC-BGA와 현재 AI 서버용 FC-BGA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며 "기판 크기는 기존 대비 10배 가까이 커지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생산 난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서버용 기판은 대면적·고다층 구조가 요구되면서 생산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다. 조 전무는 "고객 니즈를 대응할 수 있는 업체는 글로벌 기준으로 많아야 5곳 정도"라며 "고객들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와 증설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조 전무는 "고객사들과 논의해 보면 주요 생산시설은 2029년까지 이미 풀부킹된 상태"라며 "단순 예약이 아니라 페널티 조항이 포함된 커미트먼트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2029년까지는 반도체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 패키지솔루션 공장에는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우선 RF-SiP와 FC-CSP 생산 전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고객사의 선수금이 투자금으로 반영됐다. 이와 별도로 FC-BGA 증설을 위해 고객 두 곳과 투자 및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황정호 패키지솔루션 마케팅담당 상무는 "고객들이 HBM과 패키징 공급망을 확보한 뒤 기판 부족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기업들도 최근 장기공급 계약이 일반화된 것처럼 기판 시장에서도 장기 공급 계약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G이노텍은 AI 서버용 FC-BGA 시장에서는 아직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향후 5년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진태 사업부장은 "RF-SiP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FC-BGA는 아직 후발주자"라며 "2030~2031년쯤에는 AI 반도체 기판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를 위한 선행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돼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기존 RF-SiP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선다.
RF-SiP는 스마트폰 통신 모듈용 기판으로 LG이노텍이 글로벌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회사는 2009년부터 RF-SiP 사업을 시작해 일부 글로벌 고객사에 단독 공급 체제를 구축해왔다. 초기 15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현재 1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황 상무는 "지금은 6G를 준비하고 있고, 6G의 경우 기존 5G보다 기판 수가 2배 이상 많이 들어간다. 개발은 현재 PoC부터 시작해서 28년에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 2030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또한 위성과 XR과 같은 스마트글라스에도 고스펙 통신모듈이 탑재되며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반도체 기판 가격 인상을 주요 고객사들과 협의해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서버용 고부가 기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공정 난이도 증가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상무는 "올해는 가격을 많이 올렸다"며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최종적으로 얻는 총비용(Total Cost) 관점에서는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적층·대면적 기판의 공정 난이도 증가를 반영한 수준에서 가격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고성능 기판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