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전체 운용사 3위 오른 타이거운용…중징계 이재완 전 대표 ‘운용팀장’ 재직 논란
미공개 정보 이용 등으로 대표이사 직무정지 3개월 제재 대표직 물러난 뒤 같은 회사 운용팀장 맡아 제13기 순이익 1588억원…국내 전체 운용사 중 3위권 과거 지분 99.69% 보유 최대주주…현재 최대주주는 에스에프에이치홀딩스 금융당국 “명칭보다 실제 권한·업무범위가 판단 기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직 자산운용사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같은 회사에서 운용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취업제한 규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운용사가 최근 순이익 기준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 3위권에 오를 정도로 성장한 만큼, 단순한 개별 회사 인사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곳은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이다. 타이거운용은 지난해 1월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 과태료 1억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대표이사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과 과태료 400만원이 부과됐다. 이외에도 문책경고와 과태료를 받은 임직원들이 포함됐다.
제재 사유는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 집합투자규약 위반, 성과보수형 투자일임계약서 필수 기재사항 누락,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 등이다. 금감원은 당시 대표이사가 복수의 본인 명의 계좌를 통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고, 투자운용인력으로서 월별 매매명세를 회사에 통지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이다. 금감원 제재 공개안에 따르면 당시 대표이사는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와 벤처투자조합의 특정 기업 투자 사실, 내부 검토자료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회사 임직원, 지인 등 25명으로 구성된 개인투자조합 명의로 주식과 채권 등을 매수했다. 매수 규모는 총 41억3000만원으로 적시됐다.
또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특정 종목을 매수하던 시기에 본인 명의 계좌로 같은 종목을 매수하거나, 회사 고유계정과 같은 날 동일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본인 명의로 매수한 사실도 제재 사유에 포함됐다. 고객 재산과 회사 고유재산 운용 과정에서 취득한 비공개 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재완 전 대표가 제재 이후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현재 같은 회사에서 운용팀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확인한 타이거운용 홈페이지의 운용인력 소개에는 이 전 대표의 이름과 사진, 직책이 공개돼 있다. 회사가 대외적으로 공개한 조직 소개에서도 이 전 대표는 운용 관련 직책자로 확인된다.
타이거운용의 시장 내 위상도 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이거운용은 제13기 사업연도 정산 결과 영업수익 2000억원, 영업이익 1831억원, 순이익 158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 중 순이익 기준 3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모운용사 중에서는 사실상 최상위권 실적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운용자산 규모도 3조9249억원에 달한다. 단기간에 순이익과 운용자산이 급증한 운용사에서 중징계 전 대표가 여전히 운용 관련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 신뢰와 내부통제 측면에서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 구조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KRX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의 최대주주는 이재완 전 대표로, 지분율은 99.69%로 기재됐다. 사실상 개인회사에 가까운 지분 구조였던 셈이다.
이후 공시상 지분 구조는 바뀌었다. 2026년 제출된 대량보유보고서에는 2025년 9월 말 기준 타이거운용의 대표자가 김권으로, 최대주주는 에스에프에이치홀딩스 주식회사로 기재됐다. 최대주주 지분율은 100%로 나타났다. 다만 제재 이후 대표직 변경, 지분 구조 변경, 운용팀장 재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실질적 영향력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직무정지를 받은 임원은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다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일반 직원 또는 팀장 직함으로 근무하는 경우까지 곧바로 제한되는지는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권한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이 전 대표가 단순 운용 실무자인지, 아니면 사실상 금융회사 업무집행에 관여하는 위치인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일반론적으로 직책명보다 실제 권한과 업무 범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회사의 법 위반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업무집행책임자 해당 여부는 명칭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업무 수행 내용과 권한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장, 전문위원, 고문 등 형식상 직함이 무엇인지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해당 인물이 실제로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 집행이나 투자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임원의 범위에 업무집행책임자를 포함한다. 업무집행책임자는 이사가 아니더라도 명예회장,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행장, 부행장, 전무, 상무, 이사 등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금융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등기임원 여부나 직함보다 실제 업무집행 권한이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자본시장업계에서는 타이거운용 사례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재 사유가 단순 행정상 착오가 아니라 직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의 이용이라는 점에서, 같은 회사에서 운용 관련 업무를 계속 맡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정보 이용 문제로 제재를 받은 전 대표가 같은 회사에서 계속 운용 관련 업무를 맡는다면 시장 신뢰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직급상 일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운용자료 접근 권한, 투자검토 참여 여부, 투자심의 관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임원 취업제한 제도는 제재를 받은 사람이 일정 기간 금융회사 경영이나 업무집행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제재 대상자가 같은 회사에서 직함만 낮춰 핵심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형식은 합법처럼 보일 수 있어도 실질은 법 취지를 우회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타이거운용 측에 이 전 대표의 현재 직책, 담당 업무, 운용업무 관여 여부, 업무집행책임자 해당 여부, 금융당국 보고 또는 법률검토 여부, 내부통제 개선 조치 등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타이거운용은 정해진 답변 기한까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타이거운용이 답변하지 않으면서 이 전 대표가 현재 어떤 운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운용자료 접근 권한이 있는지,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하는지, 내부통제상 별도 제한을 받고 있는지 등 핵심 쟁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유사 사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대표이사 명함만 내려놓고 동일 회사에서 운용이나 경영에 계속 관여할 수 있다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결격 규정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제재 이력이 있는 임원이 동일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직업선택의 자유 문제와도 맞물려 신중하게 봐야 한다”면서도 “고객 재산 운용 과정에서 취득한 비공개 정보 이용으로 제재를 받은 사안이라면 일반 직원 재취업이라도 업무범위 제한과 감독당국 보고, 사후점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제재 대상자가 과거 99%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이후에도 핵심 운용 직책을 맡고 있다면 단순 직원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재 지분 구조가 바뀌었더라도 운용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는 감독당국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은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제재를 받은 임원이 직함을 바꿔 동일 회사에서 계속 핵심 업무를 맡을 수 있다면, 임원 제재와 취업제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