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대기업 총수, AI 전환 '속도전'...삼성·SK·현대차·LG 등 기업 전반 업무 활용

- 이재용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 송두리째 바꿔야" - 최태원 "360도 전방위, 전속력으로 AI 전환 돌입할 때" - 정의선 "AI 발전, 글로벌 제조업 거대한 산업 전환기" - 구광모 "AX는 CEO와 사업 책임자가 이끌어야 할 과제"

2026-06-16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인공지능(AI)을 조직과 사업 전반에 적용하는 AI 전환(AX)에 앞장서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깐부 회동' 이후 AX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일 '삼성 AI 대전환'을 선언했다. AI를 단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닌 조직 전반 운영 체계를 바꾸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에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마케팅, 지원까지 모든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의 업무 전반에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 도입을 단행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구매, 제조, 물류, 판매, 서비스, 경영지원 등 업무 전반에 AI를 활용하게 됐다. 다만 정보보안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 리스크 통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AX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AI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하는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임원과 직원 대상 AI 교육도 강화한다. 6월부터 삼성 사장단 5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 전환(AX) 부트캠프'를 진행한다. 삼성 사장단이 AI 교육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8월 12일까지 계열사 임원 2300여 명을 대상으로 AI 집중 교육도 실시한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초청 강연도 준비했다. 하지만 올트먼 CEO의 방한 일정이 연기되면서 15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예정됐던 'DX 인사이트 토크'는 취소됐다. 

삼성전자 DX(디지털 경험)부문은 15일 상암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를 구축하고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 개발 검증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전도사'를 자처하며 AI 중심 경영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1일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6 뉴(New) 이천포럼'에서 "360도 전방위로, 전속력으로 AI 전환에 돌입해야 할 때"라며 "(이제는) 나의 AI에서 우리의 AI로 진화해야 한다"고 신속한 실행을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시대는 이제 막이 오른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의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기회도 무한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으로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1인 1에이전트(Agent)' 도입에 나섰다. 개인적 차원의 AI를 넘어 조직 전체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AI로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태원 회장은 "수십 개의 회장 아바타들이 각 회사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고 다른 에이전트들과 함께 일하며 소통하도록 하겠다"며 "AX를 통해 운영 개선(O/I) 실행력을 높여 수많은 난제를 돌파하고 미래 기회에 대응하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AX 경영 구상을 계기로 SK그룹 전반의 실천 전략이 한층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SK텔레콤은 5월 말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AI에 학습시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닷 비즈 코워크(A. Biz Co-Work)'를 적용했다. 구성원별 업무 패턴을 AI가 학습해 보고서 작성과 자료 정리, 일정 관리 등을 지원해준다.

SK하이닉스는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경쟁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글로벌 제조업이 거대한 산업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며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정의선 회장은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기업과 산업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범용 지능 기술로 명시하고, AI 역량을 조직 내 내재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기반 업무지원 서비스 'H Chat'을 도입하며 임직원 업무 혁신에 나서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한 'H Chat'은 오픈AI GPT를 기반으로 한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코드 작성·코드 리뷰·오류 분석 기능은 물론 회의록 요약, 이메일 작성, 사내 공지 작성, 다국어 번역 등 일반 사무업무도 지원한다. 보안이 강화된 환경에서 기업 내부 자료의 외부 유출과 AI 재학습을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도입한 AI 기반 시장분석 시스템 '에이미(AIMI)'는 기존 10시간 이상 투입하던 경쟁 차종 분석 업무를 수십 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AX는 특정 조직만의 과제가 아닌, CEO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야 할 과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기에 사업적 임팩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광모

구광모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찾아 AX 선도 기업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 피지컬AI 분야 권위자인 디팍 파탁·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창업자를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설립한 LG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자체 개발 'AI 엑사원'을 중심으로 가전·디스플레이·화학·통신 등 각 계열사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를 적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 모델도 활용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LG CNS는 최근 엔트로픽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전사 도입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계한 AI 에이전트 구축 및 코딩 기능을 통해 AX를 지원한다. 임직원들은 업무 목적에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LG그룹은 지난 2월 28일부터 약 2주간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AX 캠프' 교육을 진행했다. LG가 임원 대상 AX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AI 기술 이해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 AX 실행 전략 등을 집중 교육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임원 대상 AI 교육을 6차례나 진행했다. 올해에도 2차례 추가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롯데·포스코·GS·HD현대·두산·신세계 등 주요 그룹 AX 대응

이밖에도 여러 그룹은 AX에 진심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2026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한화그룹 금융 부문이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전환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AX사업부를 신설하고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위한 디지털 전환과 AI·협동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 ICT 출신 임원을 AX사업부에 배치하고 조직 역량을 강화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AI를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I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과 식품, 호텔, 화학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AI 기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고객 맞춤형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전사적인 AI 운영 체계를 실현할 것이라는 비전에 따라 유통 영역에서도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롯데마트에서는 AI 와인 쇼핑 어시스턴트 'AI소믈리에'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AI 쇼핑 컨시어지 '더스틴'을 론칭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임직원 소통 행사를 통해 "AX를 빨리 하는 회사가 이길 것"이라며 즉각 대응을 당부했다. 또 장인화 회장은 경영회의에서 "AI는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라며 전사적 AI 전환을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능형 자율 제조, 최고 수준의 업무 수행 역량, 새로운 가치 창출 등을 목표로 한 '미션 오리엔티드 AX 전략'을 진행 중이다. 

광양제철소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고로 풍구 주변을 자율 순찰하며 설비 점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구역의 안전관리 업무를 AI 로봇이 대신하는 것. 포스코는 지난해 제강 전 공정에 AI 자율조업 시스템을 도입해 전로 산소 투입량을 자동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그룹 차원의 AI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GS는 현장 직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업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 AX 플랫폼 '미소(MISO)'를 지난해 4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GS 구성원은 '미소'를 통해 코딩 지식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를 대화하듯 입력하면 웹페이지나 업무 툴 구현 등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GS 임직원이 미소를 통해 지난 1년간 자체 개발한 툴은 현재 1만 개에 달한다. 현장에 적용돼 사용 중인 앱도 600여 개에 이른다.

GS그룹은 그룹 차원의 혁신 문화 확산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티 '52g(Open Innovation GS)'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GS칼텍스는 생성형 AI 플랫폼 'AIU(AI Utility)'를 구축해 임직원들이 문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 정보 검색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GS파워는 AI 기반 위험성 평가 자동화 서비스 ‘AIR(AI Risk Assessment)'를 제작했다.

HD현대는 조선·해양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HD현대는 생산 공정 자동화는 물론 선박 운항과 화물 관리 분야로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의 자율 운항 자회사 아비커스의 AI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와 HD한국조선해양의 AI 화물 운영 시스템을 통해 선박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두산그룹은 발전설비와 원전 기자재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 관리와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생성형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지식관리 체계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AI를 그룹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유통 현장 혁신과 AI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의 협업 계획을 공개하며 AI 기반 유통 혁신에 적극적이다. 상품 소싱과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유통 밸류체인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다. 이마트를 중심으로 운영 효율과 고객 경험을 높이는 'AI 기반 리테일 모델' 구축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