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황금알 낳던 인천공항 면세점…이젠 ‘승자의 저주’로?
신라면세점, 철수 위약금 낸 뒤 1000억원대 소송 제기 감사원, “면세점 임대료 1517억원 과소 부과” 지적 롯데 복귀로 흥행 기대 커졌지만 임대료 갈등은 현재진행형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한때 면세업계가 가장 탐내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면세 시장 환경 속에서 임대료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권을 반납한 사업자는 소송에 나섰고 공항공사는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인천공항 면세점이 이제는 '승자의 저주'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약 10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DF1 구역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면세시장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임대료 부담 완화를 요구해왔다. 이후 사업권을 반납하며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2024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13개월 동안 일부 면세점과 상업시설에 대해 총 1517억원의 임대료를 과소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특정 매장을 임시매장으로 분류해 객당 임대료보다 낮은 영업료를 적용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의 구조적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여객 수요를 바탕으로 면세업계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채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감소하고 해외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과거와 같은 수익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면세업계는 오랫동안 인천공항 사업권을 둘러싼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경험해왔다. 사업권 입찰 경쟁 과정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낙찰받더라도 실제 영업 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고정 임대료 체계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런 배경 속에 공항공사는 최근 여객 수와 연동하는 방식의 임대료 체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인천공항에 복귀한 롯데면세점은 과거보다 낮아진 임대료 부담을 바탕으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면세사업 부문 매출 7922억원,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고, 인천공항점 운영을 통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임대료 체계 개편만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공사는 공공시설 운영기관으로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필요하지만, 면세사업자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비용 구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와 신라면세점 소송은 임대료 산정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다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공항공사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임대료 체계의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처럼 사업권 확보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여객 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면세시장의 수익 구조는 코로나19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사업자와 공항공사가 모두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승자의 저주'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