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할인보다 굿즈”…유통업계, 가격 대신 팬덤을 파는 이유

응원 할인전보다 한정판 굿즈·팝업스토어에 소비자 몰려 BTS·K팝 팬덤이 만든 ‘경험 소비’, 스포츠 마케팅에도 확산 가격 경쟁력보다 소속감과 참여감이 매출 좌우하는 시대

2026-06-12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월드컵 시즌이 치킨·맥주 할인과 경품 행사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한정판 굿즈, 팝업스토어, 팬 참여형 이벤트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상품 가격을 낮추기보다 팬덤이 원하는 경험과 소속감을 판매하는 방식이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실제 글로벌 음악 산업은 팬덤 중심 소비가 강해지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음악 산업 매출은 317억 달러를 기록하며 11년 연속 성장했다. 특히 실물 음반 부문은 전년 대비 8% 성장했고, 바이닐 판매는 13.7% 증가하며 1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일상화된 시대에도 팬들은 여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과 경험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유통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마련된 공식 팝업스토어에는 굿즈를 구매하려는 팬들이 몰리며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해외 팬들조차 현장을 찾으며 공연장 주변과 지하철, 상권 일대가 팬덤 소비 공간으로 변모했다.

반면 월드컵 마케팅 역시 단순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 코카콜라는 가수 권은비와 함께 응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롯데웰푸드는 손흥민 친필 사인 유니폼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도미노피자는 축구공을 형상화한 신제품을 선보였고, 하이트진로는 손흥민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브랜드와 스타, 팬덤을 연결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가 팬덤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격 할인보다 높은 충성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굿즈를 수집하고,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며, SNS 인증을 통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하나의 소비가 추가 소비와 홍보 효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팬덤 경제의 영향력은 음악 산업을 넘어 관광과 유통, 외식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 팬덤이 공연과 굿즈, 여행, 문화 소비를 연계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팬덤 경제(Fandom Economy)'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K팝 기반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역시 음악과 세계관, 캐릭터 소비가 결합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OST 'Golden'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얻은 가수 겸 작곡가 EJAE(이재·김은재)는 2026 FIFA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콘텐츠 자체를 넘어 OST와 캐릭터 상품, 팬 커뮤니티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음악 IP가 하나의 소비 생태계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최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할인 혜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과 연결되는 경험이다. 월드컵 응원 굿즈부터 K팝 아티스트 팝업스토어까지, 유통업계가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소비가 지속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할인율이 고객을 움직였다면 지금은 브랜드와 콘텐츠가 제공하는 경험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는 굿즈와 팝업,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를 확장할 수 있어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