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양재 R&D 캠퍼스에 '로봇 학습터' 구축···스마트팩토리 사업 박차
로봇 행동 데이터 확보 나서…스마트팩토리 사업 경쟁력 강화 플랫폼 구축 포석…반복 매출 가능한 토털 솔루션 사업 확대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전자가 서울 양재 R&D캠퍼스를 로봇 전용 데이터 생산 거점으로 전환한다. 겉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을 위한 시설이지만 업계에서는 LG가 공을 들이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휴머노이드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제조 AI와 자율 제조 플랫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 R&D캠퍼스를 로봇 데이터 팩토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설이 향후 LG전자의 로봇 학습 데이터 생산과 검증을 담당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팩토리는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작업하며 생성하는 행동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시설이다. 생성형 AI가 인터넷에 축적된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물건을 집고 옮기거나 조립하고 운반하는 실제 경험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LG전자는 양재 캠퍼스 내부에 실제 생활 공간과 제조 현장을 구현한 환경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이 배치된 주거 공간과 생산라인이 운영되는 공장 환경에서 자사 로봇 'LG 클로이드'를 반복적으로 작동시키며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약 4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LG전자 측은 구체적인 투자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의 진짜 승부처가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판매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피규어AI, 유니트리,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수많은 기업이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향후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운영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생산 노하우는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다.
실제 제조업계가 원하는 것도 로봇 한 대가 아니라 생산설비와 물류, 운영 소프트웨어, AI가 통합된 자율 제조 시스템이다. 로봇은 전체 솔루션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실제 부가가치는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공장 운영 노하우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최근 생산기술원을 앞세워 스마트팩토리 사업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생산 컨설팅과 공정 설계, 자동화 설비, 물류 시스템, 디지털트윈, 생산운영시스템(MES)을 통합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가 제조 현장에 본격 투입되더라도 LG 입장에서는 로봇 자체를 판매하는 것보다 이를 포함한 공장 자동화 프로젝트 전체를 수주하는 편이 훨씬 큰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한 대를 공급하는 것보다 생산라인 설계와 자동화 설비, 운영 소프트웨어, AI 모델을 포함한 자율 제조 시스템 전체를 구축할 경우 수주 규모가 훨씬 커지고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반복 매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팩토리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향후 자재 이송과 부품 조립, 품질 검사 등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로봇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LG는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제조 AI 솔루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가전 생산공장과 다양한 제조 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시대에 데이터센터가 경쟁력의 원천이었다면 피지컬 AI 시대에는 데이터 팩토리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LG는 가전과 제조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실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