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알고리즘] 쿠팡은 왔다, 로저스는 오지 않았다

2026-06-12     이충진 기자

아침에 문 앞을 열면 상자가 있다.

쿠팡은 늘 왔다. 새벽에도, 비가 와도. 소비자는 그 속도를 믿었다. 이름을 줬다. 주소를 줬다. 연락처를 줬다. 클릭 한 번에 집 좌표를 넘겼다.

그런데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오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쿠팡에 역대 최대 과징금 6246억8100만원을 부과했다. 회원 3322만명과 비회원 434만명, 총 375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름, 주소, 연락처. 쇼핑몰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가 아니다. 초인종이 울리는 집의 좌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쿠팡은 제휴 마케팅 서비스 '쿠팡 파트너스'를 통해 회원 1117만명이 다른 웹사이트와 앱에서 무엇을 보는지 추적했다. 타사 방문기록, URL, 접속시간, IP주소. 법적 근거 없이 수집해 광고 데이터베이스에 쌓았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별도 과징금 2011억원을 추가했다.

개인정보위 위원장의 말은 짧았다. "고도의 해킹이 아니라 기본적인 관리 소홀이었다." 뚫린 게 아니다. 열려 있었다.

더 무거운 대목이 있다. 쿠팡은 조사 착수 직후 접속 기록 보존 행정 명령을 받고도 5개월치 웹 접속 로그를 삭제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을 조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소비자는 거래를 했다. 이름을 주고 빠른 배송을 받았다. 주소를 주고 새벽 배달을 받았다. 약관을 꼼꼼히 읽지 않은 건 맞다. 하지만 약관 어디에도 개인정보 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겠다고는 없었다. 타사 앱에서 무엇을 보는지 몰래 수집하겠다고도 없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를 불렀다. 로저스는 1차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출국 정지도 검토됐다.

3755만명은 클릭 한 번에 정보를 냈다. 대표는 소환 한 번에 나타나지 않았다.

속도의 차이다.

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는 올해 3월까지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데 109만달러(약 16억원)를 썼다. 자기 보호 비용에는 16억원이 들어갔다.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에 드는 비용이 얼마였는지는 개인정보위가 먼저 알았다.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미비." 그 문장이 그 답이다.

쿠팡의 연평균 매출은 36조원이다. 배송의 속도에서 나왔다. 알고리즘의 정밀함에서 나왔다. 그 정밀함은 데이터에서 나왔다. 데이터는 소비자에게서 왔다. 소비자는 그 거래의 조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배송은 왔다. 상자는 문 앞에 놓였다. 소비자는 주소를 줬다고 생각했다. 쿠팡은 주소 이상을 가져갔다.

아침에 문 앞을 열면 상자가 있다.

이제 사람들은 묻는다. 내 정보는 어디까지 갔나. 그리고 로저스 대표는, 어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