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가 돌아왔다…5월 신용대출 3조7000억 폭증, 2021년 이후 최대

은행권 기타대출 전월 대비 3조7000억 급반등…2금융권 포함 신용대출도 3조4000억 증가 금융당국 주 단위 점검 비상체계 가동…고액 연봉자 신용대출 한도 축소·중도상환 유도

2026-06-11     박금재 기자
[사진=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뛰어드는 '빚투'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월 은행권 기타 대출(신용대출 중심)이 3조7000억원 폭증하며 2021년 4월(11조8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했지만, 불장에 올라타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욕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11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81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9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8월 이후 최대 폭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함께 공개한 금융권별 동향에서는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3조5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올해 들어 다섯 달 연속 증가세다.

빚투의 흔적은 기타 대출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5월 은행권 기타 대출 잔액은 240조2000억원으로 전월(-6000억원) 대비 3조7000억원 폭증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2021년 4월(11조8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2금융권까지 포함한 금융권 전체 기타 대출도 5조3000억원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 중 신용대출이 3조4000억원 증가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가정의 달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많이 늘었는데, 개인의 주식 투자 자금 수요로 추정한다"며 "투자는 개인의 결정이지만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되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지금 안 사면 늦는다'는 심리가 퍼지고, 이것이 신용대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동원해 이를 받아내는 양상이 펼쳐졌다.

주택담보대출도 만만치 않다. 5월 주담대 잔액은 940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이 줄어든 가운데 수도권 중저가 중심의 주택 거래량 증가와 기분양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에 따라 주담대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과세 유예가 끝나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기 전에 거래를 서두르는 수요가 생기고, 이것이 주담대 추가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금융권 상황도 심상치 않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3000억원 늘었다. 상호금융권 증가 폭은 전월보다 줄었지만 보험·여전사·저축은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그나마 2금융권 주담대는 8000억원 증가로 전월(+2조8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줄었다는 점은 위안이다.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에는 코스피 랠리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동원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빚투 패턴이 2021년 유동성 장세 때처럼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빚투가 증시 하락 시 낙폭을 키우는 증폭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박 팀장이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되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즉각 비상 관리 체계 가동에 나섰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의 관리 목표를 주 단위로 점검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자율 관리 조치로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한 상환 유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빚투 열기가 꺾일지, 아니면 불장이 이어지며 가계부채가 추가로 불어날지가 하반기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