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케이뱅크 재계약 D-4개월…시중은행 러브콜 속 케이뱅크 협상 전략은

케이뱅크 예치금 제외 NIM 별도 공개…"업비트 없이도 된다" 협상 카드 꺼냈다 하나·우리은행 제휴 검토·두나무 지분 취득까지…시중은행 업비트 쟁탈전 가열

2026-06-11     박금재 기자
[사진=케이뱅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오는 10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만료된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재계약을 둘러싸고 시중은행들의 업비트 제휴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케이뱅크가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조용히 가다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2021년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이후 3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지난해엔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계약 기간을 줄이면서 제휴 은행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케이뱅크 계좌를 통해 업비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고객은 600만명대에 달하고, 업비트 예치금은 케이뱅크 전체 예치금의 약 20%를 차지한다. 재계약 여부가 케이뱅크의 수신 기반과 주가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인 이유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30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인 지표를 꺼내 들었다. 업비트 예치금을 제외한 순이자마진(NIM)을 1.97%로 공개한 것이다. 실제 NIM(1.57%)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업비트 없이도 수익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협상 포석으로 읽힌다. 이준형 케이뱅크 전략실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업비트와의 협력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강화돼 왔다"며 "600만 고객이 거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인, 스테이블코인까지 협력할 사업이 상당히 많아 앞으로도 계약 관계는 잘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케이뱅크 측은 단순 예치금 수신을 넘어 종합 디지털자산 파트너십으로 제휴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스테이블코인·법인 가상자산 거래·해외 송금·결제 등으로 협력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 은행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개인 실명계좌 제공에서 자금관리·결제·송금으로 확장된다는 판단이다. 개인 요구불예금과 예·적금 증가, 소호대출 확대를 통한 기업금융 강화로 수신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협상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이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업비트 제휴 러브콜이 거세졌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지 않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베트남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업비트 쟁탈전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나금융은 이미 올해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취득하며 관계를 공식화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재계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비트가 시중은행과 새롭게 제휴를 맺는 것보다 케이뱅크와 재계약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변화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명계좌 제휴 변경은 자금세탁방지 심사·전산·고객 이전 등 복합적인 절차가 수반되는 만큼 단기간에 관계가 정리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케이뱅크 입장에서 10월은 운명의 달이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에 "두나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6년 10월 이후 당행 외 타 금융기관과 추가 제휴를 하거나 제휴를 종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직접 명시했다. 재계약 성공 시 기업가치 재평가 기회가 열리지만, 실패하면 수신 기반 훼손과 주가 하방 압력이 동시에 닥친다. 4개월 남은 협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