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테크쇼2026] "휴머노이드보다 데이터"…LG CNS가 본 피지컬 AI 승부처
"사람이 하는 동작이 레시피"...제조 현장 데이터 확보 경쟁 본격화 "좋은 데이터 없으면 로봇 망가져"...현장 맞춤형 학습 중요성 강조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향후 경쟁력의 핵심은 로봇 하드웨어보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범용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각 기업이 보유한 제조·물류 노하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학습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창국 LG CNS 상무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콘(Techcon)에서 피지컬 AI 산업 동향을 소개하며 "춤을 추고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활용되던 휴머노이드가 이제는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피겨AI(Figure AI)의 최신 모델 '피겨03' 사례를 언급하며 "휴머노이드가 물류 현장에서 인덕팅(Inducting)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 작업자와 생산성을 비교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 상무는 특히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산업 현장 데이터를 꼽았다.
그는 "엔비디아의 GR00T,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파이제로(Pi-Zero), 피겨AI의 헬릭스(Helix)와 같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 기본 토대가 된다"며 "하지만 인덕팅을 잘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모델을 가져다가 물건을 뒤집고, 비닐 포장을 펴고, 바코드가 보이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다시 학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VLA가 프리트레이닝(Pre-Training)으로 기본을 다지는 역할이라면, 현장 경험을 통한 포스트트레이닝(Post-Training)이 실제 산업 현장 투입의 성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이어 "챗GPT를 보험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보험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이 과정을 포스트 트레이닝(Post Training)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 상무는 발표 내내 데이터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를 학습시키는 데이터는 기존 인터넷 데이터와 달리 확보 비용이 매우 높다"며 "양질의 데이터를 경쟁력 있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직원들에게 센서를 부착해 작업 동작을 기록하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왔으며, 최근에는 가상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생성·증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명 상무는 제조 강국인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에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역시 데이터라고 진단했다. 그는 2차전지 공정을 예로 들며 "양극재 원료가 담긴 포대자루를 뜯고 풀고 털어서 믹서 공정으로 보내는 작업이 있는데, 이런 일련의 동작 자체가 레시피"라며 "이것들을 데이터로 모아 휴머노이드에 넣어야만 해당 공장에 최적화된 로봇 브레인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다양한 하이테크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제조 데이터 때문"이라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각종 공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각 기업의 자산으로 지켜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LG CNS는 피지컬 AI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 Works)'를 통해 현장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정제·증강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학습시키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프로젝트 그루트(Project GR00T), 코스모스(Cosmos) 등 글로벌 AI 도구들을 활용하되, 제조 현장 데이터와 후학습(Post Training)을 통해 고객사 맞춤형 로봇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LG전자가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LG전자의 클로이드가 세탁물을 정리하도록 학습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데이터 정제 없이 로봇 브레인을 넣고 일을 시켰더니 엔드이펙터가 너무 세게 선반에 부딪혀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며 "튀는 데이터를 제거하고 양질의 데이터로 학습시켜야 수건을 제대로 정리하는 로봇 브레인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피지컬 AI 업계가 직면한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경우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이 가능하지만,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은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동작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같은 포대 작업이라도 공장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고, 물류센터마다 운영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이 영역을 자동화하려면 어떤 휴머노이드를 써야 하느냐가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공장과 물류센터를 RX로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느냐가 질문이 돼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특정 로봇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혁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 상무는 향후 피지컬 AI 확산이 제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예전에는 저임금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공장 입지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앞으로는 휴머노이드가 빠르게 공급될 수 있고 로봇 브레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과 네트워크, 로봇 유지보수 체계까지 포함한 새로운 제조 인프라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LG CNS도 그 과정에서 고객의 자율 운영 공장과 물류센터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