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결국 증권사...KB·NH투자·우리투자증권, 금융지주發 증자 러시

KB·NH투자증권, 유상증자로 기업 신용 한도 대폭 확대 우리투자증권, 1조 원 규모 증자 통해 초대형 IB 로드맵 실행

2026-06-10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앞세워 잇따라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70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며, 우리투자증권은 1조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며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증권사를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는 기조 아래 기업금융(IB)과 모험자본 공급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잇달아 결정하며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확대해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고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B증권은 지난 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총 7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B금융지주가 신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현대증권 편입 이후 약 1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자본 확충이다. KB증권은 확보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비이자 수익 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자본 확충 행렬에 동참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일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가는 주당 3만1100원이며, 신주 발행 규모는 1286만1736주다. 이번 증자를 통해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9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NH투자증권은 확보한 자본을 기반으로 종합투자계좌(IMA)와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315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 투자를 집행하며 첨단산업·벤처기업·기술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한 바 있다.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IMA 사업 확대와 기업금융 신용공여 한도 확대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가장 공격적인 자본 확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월 말 이사회를 열고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으며, 지난달 초 납입을 완료했다.

이번 증자로 우리투자증권의 자본총액은 기존 1조2024억원에서 2조202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자본 규모 순위도 기존 17위권에서 11위로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당시 제시한 '2030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 목표 실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본 확충을 기반으로 대형 딜 수행 역량을 강화하고 인수·주선 업무 확대와 운용자산 다각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합금융 시절 확보한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2034년까지 유지할 수 있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IB 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지주들의 증권사 증자 움직임은 실적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 실적을 보면 은행의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이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1조89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한 1조6509억원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34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비은행 이익 기여도를 43%까지 끌어올렸다.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1분기 1조6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26.5% 늘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와 상품운용 손익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67.4% 증가한 288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은행 중심 수익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고 비이자이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지주들의 증권사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은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신용공여 한도와 투자 여력이 확대돼 생산적 금융 역할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는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고 있다"며 "향후에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 확충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