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엔비디아표 매뉴팩쳐링 한배…AI 제조 경쟁 새 국면
양사 모두 디지털 트윈 기반 공장 구축 제조 혁신 이끄는 엔비디아 영향력 확대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 공급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생산 현장에서는 같은 기술 기반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양사가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공장 구축에 나서면서 제조 경쟁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범위를 제조 혁신 분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와 오픈USD(OpenUSD)를 활용해 실제 반도체 공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GPU 기반 최적화 엔진인 cuOpt와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적용해 생산 설비와 자율 이동 로봇 운영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자율형 공장 2030’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SK하이닉스는 디지털 트윈 기술 검증을 마친 상태로 향후 생산 현장 전반에 AI 기반 운영 체계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미 같은 방향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팹 구축 계획을 공개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엔비디아와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 협력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엔비디아 GPU 5만개 이상을 도입해 제조 환경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계산 리소그래피 라이브러리인 cuLitho와 CUDA-X를 활용해 반도체 공정 시뮬레이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생산 현장의 디지털 인프라는 점차 같은 플랫폼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AI 플랫폼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경쟁력이 공정 기술과 생산 규모에 의해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 현장에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공장 운영 기술은 생산 병목 현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설비 가동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공정 복잡성이 높아지고 개발 주기가 짧아지는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수율 개선 효과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단순한 고객사를 넘어 반도체 제조 혁신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GPU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공장을 운영하는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기반 제조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메모리 성능과 생산능력을 넘어 제조 AI 활용 역량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무대 역시 공장 운영 방식과 생산 효율성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이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같은 AI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도 운영체제(OS)처럼 특정 플랫폼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