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퓨쳐켐, 전립선암 치료제 'FC705' 임상 결과에 쏠린 눈
유·무상증자로 발행주식 수 38.16% 증가 하반기 FC705 美 임상 1/2상 결과 주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 전문기업 퓨쳐켐이 하반기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주식 수를 기존 대비 38% 늘리며 대규모 자본 확충을 강행했다. 막대한 임상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에 따른 유동성 고갈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시장 관심이 쏠려 있는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내달 미국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데이터가 긍정적이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등이 성사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지만, 고금리 기조 등 바이오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 확대되면 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퓨쳐켐은 최근 유상증자 결의에 따라 9월 11일 FC705 국내 임상 3상·적응증 확대 등에 쓰이는 4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증자 비율은 전체 발행주식 수 2243만주의 15.11%(339만주)에 달한다.
퓨쳐켐은 5월 29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와 함께 무상증자도 결의함에 따라 10월 13일에는 516만주를 추가로 시장에 출회한다. 무상증자 배정기준일은 9월 18일로, 유증 신주 보유자도 자동으로 무증 배정 대상에 포함된다. 유상증자 청약 흥행을 위한 조치다.
무상증자까지 완료되면 전체 보통주식 수는 기존 2243만주에서 3099만주로 증자 전보다 약 38.16% 늘어난다. 기존에 발행해 둔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의 행사가격까지 잇따라 리픽싱되면 주식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퓨쳐켐은 지난 4일 유럽 파트너사 큐리움(Curium)과 전립선암 진단 방사성의약품 'FC303'의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6억원의 마일스톤은 반환의무 없이 수령했지만 임상비용으로 16억원을 부담하면서 재무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16억원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87억원의 8% 수준이다. 퓨쳐켐 측은 유럽 파트너사를 재선정하는 등 기술이전 모멘텀을 여전히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유증 자금 과반이 FC705 국내외 임상 연구개발에 투입되는만큼 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피디뷰·알자뷰 등 난치성질환 진단제로 기술력 입증
지난 2016년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퓨쳐켐은 세계 최초 파킨슨병 진단제 '피디뷰'와 국내 최초 치매 진단제 '알자뷰'의 상용화에 성공하며 원천 기술력을 입증했다. 피디뷰는 글로벌 제약사 GE헬스케어의 경쟁 약물 '다트스캔(DaTscan)'의 약점인 낮은 생산수율을 퓨쳐켐 독자 기술로 극복했다.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는 노바티스의 '플루빅토' 대비 임상 1상·중간 데이터에서 절반 수준의 투여량만으로도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전립선특이항원(PSA)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구강 건조증, 골수 독성 리스크 등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최대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치료제료 평가받는다. 다음달 미국 임상 2a상의 환자 추적관찰 데이터를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임상 2a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글로벌 제약사 대상으로 조 단위 기술이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금은 기술이전을 기다릴 만큼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FC705 임상 1/2상과 국내 임상 2상이 본격화한 2023년부터 빠르게 소진됐다. 반감기가 있는 방사성의약품 특성상 국내 공장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수 없는 구조여서다. 연결 기준 매출은 100억원대 수준에서 정체되는 가운데 임상 비용은 지속 투입되면서 2024년 말 784억원에서 지난해 말 897억원으로 늘어났다. 2024년 9월 제3회차 전환사채(CB)·7회차 전환우선주(CPS) 등으로 80억원 이상을 수혈받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CB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청구하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4월 기준 풋옵션 원금 상환에 들어간 돈은 약 10억원 수준이다. 종속기업 퓨쳐켐헬스케어가 지난해 말 58억원 규모의 사옥을 매입하며 조달한 단기대출금 27억원의 만기가 이달 17일 도래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올 1분기 별도 기준 퓨쳐켐 경상개발비는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6억원 대비 2배 폭증한 점 역시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재무 분야의 한 관계자는 "임상 비용 폭증으로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으며 사옥을 매입한 점은 시장에 임상개발 자금을 분산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52주 최고가 3만5050원에 달하던 주가는 올 들어 하향세를 걷다가 9일 현재 52주 최저가 1만520원에 근접한 1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는 올 하반기 'FC705'의 임상 결과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임상 3상 완료, 미국 임상 1/2상의 중간 결과가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기술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유동성을 수혈할 수 있어서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기조가 가시화하면 방사성리간드(RPT) 등 고성장·고비용 바이오벤처로 기관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FC303의 유럽 계약 해지가 재무 부담을 주지만, 시장이 눈이 FC705에 쏠려있는 만큼 하반기 우수한 데이터 도출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다섯 차례의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퓨쳐켐이 최종 수취한 금액은 한화 환산 기준 약 44억3625만원이다. <녹색경제신문>은 퓨쳐켐에 기술이전 가능성, FC303의 글로벌 시장 재진입 계획, 추가 증자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