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수사, 빗썸 압수수색까지…여권 ‘공정성 리스크’ 향후 선거 뇌관 되나
민주당 원내대표 지낸 김병기, 의혹 속 탈당 후 무소속 경찰, 차남 취업 특혜 의혹 관련 빗썸 압수수색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의혹도 조국 사태 이후 민감한 공정 이슈 강선우 공천헌금 의혹까지 겹쳐 여권 부담 확대 전문가들 “무혐의면 털고, 문제 있으면 책임 물어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가 강제수사 단계로 확대되면서 여권의 공정성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경찰이 김 의원 차남의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단순 정치 공방을 넘어 수사기관의 실체 규명 국면으로 들어섰다.
김 의원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정치적 뿌리는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 동작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이후 같은 지역에서 재선·3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원내대표까지 지낸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공천헌금 수수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뒤 민주당을 떠났다. 김 의원은 의혹을 씻겠다는 취지로 해명해왔지만, 정치권에서는 “탈당으로 당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랫동안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했고 원내지도부까지 지낸 인물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 전체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유권자들이 그를 야권 인사로 보지는 않는다”며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인물의 자녀 취업·편입 의혹이기 때문에 당 입장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정치 컨설턴트도 “무소속이라는 현재 신분만 강조하면 사건의 정치적 맥락이 흐려진다”며 “김 의원은 민주당 핵심 인사였고, 의혹이 불거진 뒤 당을 떠난 인물이다. 이 사건은 결국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자기 편 의혹’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빗썸 압수수색…차남 취업 특혜 의혹 강제수사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8일 김 의원 차남이 재직했던 빗썸 본사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차남을 가상자산 관련 회사에 입사시키기 위해 빗썸과 두나무 등 가상자산 거래소 양측에 인사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차남은 지난해 1월쯤 빗썸에 취업해 6개월가량 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빗썸의 경쟁사인 두나무를 겨냥한 질의를 여러 차례 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 의원이 차남이 재직한 회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김 의원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경찰은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빗썸 관계자 조사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참고인 조사와 임의제출 수준을 넘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무게를 키우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인 자녀 취업 특혜 의혹에서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단순 소문 확인 단계를 넘어 관련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채용 과정, 내부 추천 경로, 국회 상임위 활동과 이해충돌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피감·정책 영향권에 둔 상태에서 자녀가 관련 업계에 취업했다면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확인은 불가피하다”며 “불법 여부는 증거로 판단해야 하지만, 정치적 부담은 이미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구속영장 검토 보도까지…수사 종착점 가까워지나
경찰 수사는 차남 취업 특혜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 의원은 공천헌금 수수, 차남 취업·대학 편입 청탁 등 여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국민일보는 앞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김 의원에 대해 구속 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 관련 의혹에는 차남의 숭실대 특혜 편입과 취업 청탁 의혹,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 묵인 의혹 등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지난 4월까지 여러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경찰의 최종 수사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신병 확보 검토와 관련 기업 압수수색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건은 더 이상 여권 내부 논란에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인 사건에서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과 압수수색을 함께 검토·진행한다는 것은 주요 혐의 구조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다만 현직 의원 신분과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검찰과 법원 단계에서 소명 정도가 엄격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영장 발부 여부 자체보다 수사기관이 여권 인사 의혹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정권 초반에는 이런 사건 하나가 정부의 공정성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숭실대 편입 의혹, 조국 사태 이후 더 민감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의혹도 이번 사건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계약학과는 일반 편입과 달리 산업체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지원자가 실제 산업체 근로자인지, 기업 추천과 대학 심사가 통상 절차대로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김 의원 차남이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취업한 것 아니냐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대학 측이 정치권 인사 자녀에게 편입 경로를 안내하거나 절차상 편의를 제공했는지도 수사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계약학과는 기업 재직자를 위한 제도인데, 정치권 인사 자녀의 편입 통로처럼 비치면 제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며 “실제 근무 여부, 기업 추천 과정, 대학 심사 절차가 일반 지원자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같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논란과 직접 비교하는 데 신중하다. 사건 구조와 법적 쟁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편입과 권력자 자녀라는 키워드가 결합하는 순간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국 사태 이후 정치인 자녀의 입시·편입 문제는 단순 의혹 차원을 넘어 공정성의 상징이 됐다”며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정치공세로만 치부하면 중도층에는 오히려 방어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30 세대는 취업과 대학, 스펙 경쟁에 민감하다”며 “김 의원 차남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수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공정성 불신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윗선 역할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
수사 방향에 따라 숭실대 전 총장 등 대학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단순히 입학처 실무자가 안내한 수준인지, 대학 고위 관계자가 김 의원 측과 직접 접촉했는지, 편입 가능성을 사전에 설명하거나 특정 전형을 안내했는지가 쟁점이기 때문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정치권 인사 자녀의 편입 의혹은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선발 절차가 훼손됐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대학 고위 관계자가 직접 접촉했거나 절차상 예외를 인지했다면 단순 참고인 조사에 그칠 사안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 여부는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혐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대학 관계자들이 허위 재직이나 편입 절차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면 대학 윗선의 역할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계약학과는 제도 취지가 명확한 만큼, 특정인의 편입을 위해 기업 재직 요건이 형식적으로 활용됐다면 대학 신뢰에 치명적”이라며 “정치권 인사와 대학 고위층 사이에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선우 공천 의혹까지 겹친 여권 부담
김 의원 의혹은 강선우 의원 관련 공천헌금 의혹과도 연결돼 있다. 강 의원 관련 의혹은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당시 당내 공천관리 라인이 이를 알고도 방치했는지가 핵심이다.
강 의원 관련 의혹 역시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 의원 사건과 함께 묶이면 여권 전체의 공천 공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자녀 편입 의혹은 청년·학부모층에 민감하고, 공천헌금 의혹은 정치개혁과 정당 민주주의 문제로 연결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빠르게 수사로 털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당이 먼저 정리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의혹이 여러 갈래로 남아 있으면 내년 재보선에서 야권의 공격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재보선, 공정성 심판대 될 가능성
정치권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아직 확정 지역은 제한적이지만, 김 의원 사건을 포함한 사법리스크가 확대되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이 재보선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만약 서울 지역 보궐선거가 성사된다면 김 의원 차남 편입·취업 의혹과 강 의원 공천 의혹은 야권의 주요 공격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직후라는 점도 부담이다. 보수 야권은 부동산 민심, 자녀 편입 의혹, 공천헌금 의혹을 묶어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수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서울 보궐이 뜨면 조국 사태와 비슷한 공정성 프레임이 다시 작동할 것”이라며 “특히 자녀 편입 의혹은 학부모와 청년층에 바로 전달되는 이슈”라고 말했다.
반대로 여권 내부에서는 조기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 결과 무혐의라면 빠르게 털고 가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당이 먼저 책임을 묻는 게 낫다”며 “의혹을 끌고 가는 것이 내년 재보선에는 더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야당과의 대립보다 먼저 내부 신뢰를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과 강 의원 관련 의혹은 아직 수사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수사기관은 속도와 원칙을 보여줘야 하고, 여당은 결과를 기다리되 정치적 방어 논리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