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드라이브에 산업 대출 35조6000억 급증…14분기 만에 최대
제조업 대출 11조1000억 급증, 직전 분기의 9배…KB·우리·하나 생산적 금융 KPI 도입 효과 건설업 7분기 만에 증가 전환·운전자금 14배 급팽창…계절적 요인 겹쳐 2분기가 진짜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1분기 산업 대출 급증으로 가시화됐다. 14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가운데, 제조업 대출이 전분기의 9배 넘게 뛰었다. 6분기 연속 감소하던 건설업 대출도 7분기 만에 증가 전환하며 바닥을 다지는 신호를 보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1분기 말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분기 증가폭(8조5000억원)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2022년 3분기(56조7000억원) 이후 14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산업별 대출금은 가계부채를 제외한 기업 및 정부·비영리단체 대출을 포함한다.
생산적 금융의 효과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은 제조업이다. 1분기 제조업 대출금은 513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조1000억원 늘었다. 직전 분기 증가폭(1조2000억원)보다 9배 이상 많은 규모로 2024년 1분기(12조2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업 여신 확대와 기업들이 지난해 말 일시 상환했던 한도 대출의 재취급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제조업 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기조다. AI·이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제약바이오·미래차·방산·로봇·수소 등 9대 전략 산업에 자금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생산적 금융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은행권 KPI(핵심성과지표)에 생산적 금융 관련 항목을 반영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였다. KB국민은행은 기업금융으로 전략적 전환을 선언하며 기업금융 담당 인력 비중을 늘렸고, 우리은행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제조업 대출 확대를 위한 생산적 금융 KPI 가점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HD현대중공업과 손잡고 K-조선 산업 공급망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해 1분기 내 4000억원 규모를 공급하기도 했다.
건설업 대출도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는 신호를 보냈다. 1분기 건설업 대출금은 100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000억원 늘었다. 2024년 2분기(2000억원 증가) 이후 7분기 만에 증가 전환이다. 건설기성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실제 공사가 재개되면서 건설 경기가 서서히 바닥을 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가폭이 4000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라 건설업 회복을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서비스업도 9조2000억원에서 24조원으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금융·보험업(6조9000억→9조8000억), 도매·소매업(3000억→4조9000억), 부동산업(3000억→2조6000억) 등에서 고루 증가폭이 커졌다. 도매·소매업은 업황 개선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었고, 부동산업은 전분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부실채권 매·상각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 증가폭이 1조9000억원에서 26조2000억원으로 14배 가까이 급팽창했다. 지난해 말 일시 상환됐던 한도 대출이 1분기에 집중 재취급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시설자금도 6조6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늘어 설비투자 수요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 증가폭이 9조6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됐다. 1조1000억원 감소했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도 10조6000억원 증가로 전환하며 전체 산업 대출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다만 1분기 대출 급증이 생산적 금융 정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엔 과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 일시 상환분 재취급이라는 강한 계절적 요인이 수치를 부풀린 측면이 있어서다. 2분기 이후에도 이 같은 증가 흐름이 이어질지 여부가 생산적 금융 정책의 실질 효과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