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1조원 대 애큐온 인수전 '최종 승부수'… 비은행 영토 확장 가속

EQT파트너스, 보유 지분 96.06% 매각…캐피탈·저축은행 동시 인수 패키지 매력 메리츠금융, 자산 11조 메리츠캐피탈과 9조원 대 애큐온캐피탈 시너지 예상

2026-06-08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자산 20조원대 초대형 캐피탈사' 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 내  부재했던 저축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자금 조달 구조를 다변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일 진행된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패키지 매각 본입찰에는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한화생명, 사모펀드(PEF) 운용사 바이칼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글로벌 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와 애큐온캐피탈이 100% 보유한 애큐온저축은행이다. 일부 원매자의 실사 기간 연장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된 이번 거래의 예상 매각가는 약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인수전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메리츠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자회사 메리츠캐피탈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자산 규모 약 11조원의 메리츠캐피탈에 자산 9조원 규모의 애큐온캐피탈이 더해질 경우 합산 자산은 20조원 수준에 이른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 KB캐피탈, 하나캐피탈 등과 경쟁하는 업계 최상위권 캐피탈사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메리츠금융이 인수전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편중 해소와 자금 조달 안정성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은 그동안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기업금융 자산을 확대해 왔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 기업금융 내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약 47.5%에 달한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메리츠캐피탈은 부동산 관련 투자 비중과 거액 익스포저가 높은 만큼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계열 3사가 공동으로 취급한 대규모 투자 건이 많아 신용사건 발생 시 영향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캐피탈은 계열사 대비 자기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재무적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애큐온캐피탈은 PF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개인 리테일 금융과 소매여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이 애큐온캐피탈의 리테일 금융 역량과 균형 잡힌 자산 포트폴리오를 흡수할 경우 부동산 중심 사업 구조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그룹 최초로 저축은행 수신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되는 점도 핵심 변수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여전채 발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부담이 크다. 반면 저축은행의 예·적금 수신 기능을 활용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금 조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금융 입장에서는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조달 안정성과 리테일 금융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인수"라며 "부동산 PF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비부동산 자산 비중을 확대해 그룹 체질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리츠금융과 경쟁하는 한화생명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캐피탈 라이선스가 없어 여신전문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이 과제로 꼽혀왔다.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 체제를 강화하고, 기존 한화저축은행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서민금융 시장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신생 PEF 운용사 바이칼인베스트먼트도 세우글로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환경·폐기물 투자 전문가인 임태호 대표가 이끄는 바이칼인베스트먼트는 세우글로벌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자금 동원력을 확보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매도자인 EQT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약 6000억원에 애큐온을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 제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최종 인수자가 제안 가격뿐 아니라 자금 조달 능력,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 등 정성적 요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