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방한에 동선 추적 사이트까지 등장…재계 회동 넘어 '시장 이벤트'로

2026-06-05     이충진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방문이 재계 회동을 넘어 자본시장 이벤트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의 만남, AI 반도체·로보틱스 협력 기대감이 커지면서 황 CEO의 방한 동선과 관련 상장사 주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젠슨황의 발자취'라는 이름의 웹사이트가 개설됐다. 해당 사이트는 황 CEO의 한국 내 예상 방문지와 일정을 지도 형태로 보여주고, 엔비디아와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내 상장사의 주가 등락률도 함께 표시한다.

사이트에는 김포공항, T1 관련 시설, 주요 그룹 총수 회동 후보지, LG그룹·현대차·네이버 관련 방문 가능 장소 등이 일정별로 정리돼 있다. 반도체·HBM, 로봇·피지컬 AI, AI 인프라·전력, 플랫폼·소버린 AI, 완성차·자율주행 등 테마별 관련 종목도 따로 묶었다. 다만 사이트는 방문지와 일정이 공식 확정된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 기반의 추정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관련주 주가 표시 역시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이라는 안내를 붙였다.

황 CEO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1시 24분 전세기 편으로 입국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방한이다.

첫 일정은 e스포츠 현장 방문이다. 황 CEO는 서울 홍대 T1 베이스캠프 홍대점을 찾아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T1 선수단과 만날 예정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게임 GPU 시장에서 출발해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e스포츠 일정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이날 저녁에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고깃집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삼겹살·소주 회동(이하 삼쏘회동)을 갖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참석 가능성이 거론됐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 일정으로 이번 회동에 불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동에서는 HBM 공급, 피지컬 AI,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와 소버린 AI 인프라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방한 일정은 산업계를 넘어 대중문화 영역으로도 이어진다. 황 CEO는 6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를 소화한다. 황 CEO가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방영일은 오는 10일이다. 7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맡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자로 함께한다. 국내 AI·로봇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이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이른바 '깐부 회동'에 이어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범위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회동이 삼성·현대차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SK, LG, 네이버, 두산, 게임·스타트업 업계까지 접점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시장 관심도 높다. 황 CEO의 방문 가능 장소와 회동 대상 기업이 알려질 때마다 관련 기업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른바 '젠슨 황 테마주'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다만 일부에서는 실제 협력 성과는 공식 계약이나 공동 사업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황 CEO의 동선과 회동 자체가 단기 주가 재료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 기업가치는 HBM 공급 능력, 로봇·AI 사업화,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주 등 구체적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 CEO는 오는 8일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