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40원대...고환율 장기화에 금융시장 부담↑

5일 오전 달러 환율 1548.4원...전일 대비 18.7원 상승 4일 야간거래서 장중 1540.3원 '터치'...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일시 급등 넘어 고착화 우려 중동 불안·유가 상승·외국인 순매도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 당국 구두개입에도 상승세 지속...기업 비용·물가 부담도 변수

2026-06-05     이준성 기자
5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40원 후반대까지 치솟으면서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순히 특정 가격대를 일시적으로 넘어선 수준을 넘어 1500원대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7원 오른 달러당 1548.4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환율 상승세는 뚜렷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30원대를 넘어선 뒤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야간거래에서 다시 오름폭을 키우며 오후 5시 6분께 1540.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원을 넘어선 뒤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환율이 특정 악재에 반응해 단기간 급등한 데 그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수급 여건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선 데는 중동발 불안과 함께 외국인 주식 순매도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보니 당국도 시장 안정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두고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두개입성 메시지에도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1540원대를 터치하면서 시장에서는 당국 발언만으로 상승 압력을 누르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여기에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의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등 시장안정화 조치가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국면이 길어질 경우 외환시장 안정과 보유액 관리 사이의 균형도 당국의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문제는 고환율이 금융시장 변동성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수입 물가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원재료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상승분을 비용으로 떠안거나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와 외화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물가 불안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외화유동성 관리와 기업고객의 환율 리스크 대응 수요가 함께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특정 가격대를 한 번 넘었느냐보다는 높은 수준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중동 정세와 외국인 자금 흐름이 안정되지 않으면 1500원대 환율이 당분간 금융시장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