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농협은행장, AI 기업 직접 품었다…'효율성 꼴찌' 오명 벗을 수 있을까

금융권 최초 AI 기업 직접 지분투자…6월 계약·7월 에이전트 개발 착수 CIR 50% 돌파·충전이익 5대 은행 유일 감소…AI 내재화가 효율성 반전 열쇠

2026-06-05     박금재 기자
강태영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추진하며 AI 내재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경영 효율성을 기록한 농협은행이 AI를 돌파구로 삼은 것으로, 강태영 행장이 직접 AX(AI 전환)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AI 기업 애자일소다와 직접투자 및 사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은행권이 AI 기업에 직접 자본을 투입해 지분투자에 나선 것은 금융권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애자일소다는 데이터 분석·의사결정 최적화·문서 자동화·금융 특화 AI 분야에서 기업용 AI 솔루션을 공급해온 기업이다. 농협은행의 스타트업 협업·육성 프로그램인 'NH디지털Challenge+ 2기' 참여기업으로 양사 관계는 이전부터 형성돼 왔다.

이번 투자는 강태영 행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부 AI 역량을 진단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단순 AI 솔루션 도입만으로는 금융권 AI 경쟁에서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고, 기술기업 직접투자를 통한 AI 역량 내재화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AI 기술기업을 후보군으로 검토한 끝에 에이전틱 AI 플랫폼 구현 역량과 금융 특화 AI·데이터 분석 경쟁력을 보유한 애자일소다를 최종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투자 이후에도 기존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임원진의 독립적 경영을 보장할 방침이다. AI 기업의 전문성과 핵심 인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분 투자 계약 체결과 금융당국 신고 절차는 6월까지 마무리하고, 7월부터 AI 에이전트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AX 전략은 더 넓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뱅크(Agentic AI Bank)' 구축에 나선다.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형 AI를 의미한다. 은행뿐 아니라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농협중앙회 등 범농협 전체의 AI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강 행장은 "AX 전환을 위해서는 우수한 AI 전문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AI 기업 직접투자를 통해 AI가 고객과 직원의 일상에 함께하는 에이전틱 AI 뱅크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은 지난 2일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With CEO, 미래 금융 동행' 행사를 직접 주재하며 AX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생성형 AI를 금융업에 적용하는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AX Talk' 세션에서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였다.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는 분산돼 있던 AI 전략·데이터 분석·RPA 기능을 통합한 'AI데이터부문'을 신설해 전사적인 AX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이익경비율(CIR)은 50.1%로 전년 동기(47.0%) 대비 3.1%포인트 급등하며 2022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50%를 돌파했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신한은행(36.2%)과의 격차는 13.9%포인트에 달한다. 충전이익도 전년 대비 4.7% 감소하며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줄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걸친 방대한 점포망이 구조적으로 판관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와 비이자이익 확대로 분자와 분모를 동시에 개선하지 않으면 CIR을 끌어내리기 어렵다는 게 농협은행의 판단이다.

물론 AI 내재화가 곧바로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점포를 줄이지 않고 AI만으로 CIR을 의미 있게 낮추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농협은행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은 2억3300만원으로 하나은행(4억34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AI가 생산성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혀나갈 수 있을지가 강 행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