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방한하는 위대한 쇼맨 젠슨 황, 이번엔 '형님회동'…간판의 수사학
깐부회동 이어 형님회동? AI 시대 형님 노리나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이름은 존재를 규정합니다. 너의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비로소 꽃이 되는 것 처럼요. 5일 한국을 찾아 대기업 총수들과 삼쏘(삼겹살+쏘맥) 회동을 갖기로 알려진 젠슨황 역시 이름과 그 의미에 천착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일단 엔비디아부터 볼까요? 엔비디아(NVIDIA)는 라틴어 'invidia'에서 차용한 네이밍으로 선망, 희구 등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시각적 경험(Visual)을 선사하겠다는 창립자들의 의지가 담긴 이름입니다.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중심으로 게임 시장의 태동과 함께 했던 엔비디아 초기의 야심이 담긴 이름입니다. 지금은요? 그래픽 뿐만 아니라 AI 가속기, 피지컬AI 부문에서 전 세계가 선망하는 초기업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이나 글로벌 리더들의 역사적 회동의 장소나 이름은 으레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고향인 안동으로 초대한 것과 그 전 다카이치 총리가 백제-왜 협력 거점인 나라현으로 초대한 것은 비슷한 맥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6년 총선 낙선 후 동료들과 열었던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고깃집이 인상 깊습니다.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라는 의미로 당장은 쓸모 없지만 반드시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올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깐부치킨 역시 한국 재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일반명사가 되었습니다. 이 깐부회동으로 젠슨 황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깐부를 맺는 동시에 우리 국민들과도 심리적으로 깐부를 맺었습니다. 황회장님, 황아저씨, 젠슨햄, 황햄... 등 다양한 애칭들이 쏟아지면서 그와 우리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마찬가집니다. 최근 양산 돌입을 발표한 베라루빈 가속기에는 삼성, 하이닉스가 만든 HBM4가 탑재됩니다.
이번에는 '형님' 키워드입니다. 당초 젠슨황은 금일(5일) 입국해 일정을 소화한 뒤 성수동 인근 생소금구이 집에서 총수들을 만난다고 알려졌으나 경호, 접근성 문제로 홍대 인근 형님OO 삼겹살 집으로 행로를 바꿨다고 합니다. 소금구이집 보다 터가 넓고, 그림이 나오기 좋아서 인듯 합니다. 유명 셰프 고든 램지도 방문했다고 하네요.
물론 이 식당을 젠슨 황 CEO가 직접 섭외했을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부여하기 좋아하는 중국인 피가 흐르는 젠슨햄의 특성상 보고 과정에서 디렉션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메뉴와 가장 한국적인 네이밍. 깐부에 이어 왜 이번엔 형님일까요? 참고로 지금 거론되는 총수(최태원, 구광모, 이해진) 중 젠슨 황 CEO는 두 번째로 나이가 많습니다.
꿈보다 해몽입니다만, AI 플랫폼과 피지컬AI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이 부문의 형님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보입니다. 일종의 과시적 선언인 셈이죠.
엔비디아는 오랜 기간 쿠다(CUDA)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제 결실을 봐야 할 때죠. IT 생태계가 균형 있게 조성돼 있는 한국 만큼 이 SW 플랫폼에 적합한 테스트베드가 없습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락인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AI 개발 모델에서 우리가 큰 형님이 되겠다는 의도입니다. 네이버가 여기 껴있는 점은 의미심장하죠. 기존 GPU를 넘어 OS 두뇌인 CPU 칩까지 직접 설계, 생산하겠다는 포부도 이미 밝혀 왔습니다.
깐부회동에 이어 형님 회동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 킬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젠슨 황은 한국 시장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어떤 선물을 들고 올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어떤 영수증을 내밀까가 핵심입니다. 기로는 명확합니다. 젠슨햄이 주도하는 거대한 AI 플랫폼 제국의 아우들이 되느냐, 우리의 햄을 만드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