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HBM4 베이스다이 경쟁…메모리에서 '파운드리 전쟁'으로

삼성전자, 자체 4나노 베이스다이 적용 수직계열화 승부수 SK하이닉스, TSMC 로직공정 활용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

2026-06-02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HBM4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업체의 경쟁력도 D램 적층 기술에서 첨단 파운드리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이스다이를 자체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며 수직계열화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TSMC와 손잡고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 출하를 발표하며 자체 4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다이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베이스다이는 HBM 적층 구조의 최하단에서 GPU와 연결돼 데이터 입출력과 오류 정정 등을 담당하는 로직 칩이다. 기존에는 D램 적층 기술이 HBM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혔지만, HBM4부터는 고객 맞춤형 기능과 전력 관리, 데이터 처리 기능이 베이스다이에 탑재되면서 첨단 로직 공정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HBM4와 HBM4E에 자체 4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다이를 적용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IDM)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내부에서 통합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HBM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4 베이스다이가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열린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HBM4부터 TSMC 첨단 로직 공정을 베이스다이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HBM3E까지 자체 기술을 활용했던 것과 달리 HBM4부터는 TSMC의 첨단 로직 공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는 메모리는 직접 생산하되 로직 공정과 첨단 패키징은 업계 최고 수준의 생태계를 활용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HBM4 베이스다이 협력뿐 아니라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CoWoS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전략 역시 이러한 업계 흐름을 보여준다. 풀스택 AI 메모리 전략이란 'cHBM(Customized HBM)’과 같이, 고객이 개발하는 AI 시스템의 특성과 활용 목적에 맞춰 메모리를 설계하고 최적화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HBM4를 기점으로 메모리 기업의 경쟁력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해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AI 가속기 성능 향상을 위해 맞춤형 HBM을 요구하면서, 베이스다이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를 넘어 연산과 전력 관리 기능까지 일부 담당하게 되면서 사실상 시스템반도체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HBM4부터는 D램을 얼마나 높게 쌓느냐보다 베이스다이를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결국 메모리 경쟁력과 파운드리 경쟁력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