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9월 청라 이전 카운트다운…'서울 밖 첫 금융지주' 앞에 놓인 과제들

셔틀버스·단계적 이전으로 출퇴근 부담 완충 나서…계열사 재배치·주총 개최지는 미결 명동 사옥 12월 계약 만료·전자주총 경험 부재…KB·신한·우리는 서울 잔류, '탈서울 금융' 시험대

2026-06-02     박금재 기자
하나금융그룹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서울 밖 본사 이전을 앞둔 하나금융그룹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 청라 그룹 헤드쿼터 준공을 마치면서 오는 9월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관 변경 효력은 오는 9월 30일부터다. 2012년 인천시·인천경제청·LH와 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씨앗을 뿌린 지 14년 만이다.

준공된 그룹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연면적 12만8000㎡ 규모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 앞에 자리 잡았다.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저축은행·하나에프앤아이·하나생명보험·하나펀드서비스·하나금융티아이 등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9월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기존 청라 통합데이터센터 상주 인력까지 합산하면 하나드림타운에는 약 4000명의 금융 전문 인력이 집적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청라 이전을 "단순한 공간 재배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는 총체적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AI·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과 그룹 시너지를 청라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청라국제도시역 앞이라는 입지를 살려 인천국제공항과의 접근성을 글로벌 금융 거점으로의 도약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핵심 인력 이탈 문제다. 서울에서 인천 청라까지 대중교통 기준 편도 1시간 안팎의 출퇴근 거리는 체감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경력직 핵심 인력일수록 타 금융사로의 이직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 운영 등 실질적인 출퇴근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며 "단계적 이전을 통해 새로운 근무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라국제도시는 공항철도를 통해 서울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이 양호하고, 국제업무단지와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전 이후 인력 유출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하지만, 단계적 이전 방식과 출퇴근 지원 대책이 초기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계열사 재배치도 미완이다. 하나카드·하나생명·하나손보 등 청라 이전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들의 구체적인 조직 이동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카드사·보험사 특성상 영업망이 서울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본사 이전이 실제 영업 효율성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고객 대면 접점이 여전히 서울 중심인 상황에서 의사결정 체계가 청라로 이동할 경우 현장과의 소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주총회 개최지 문제도 남아 있다. 상법상 주총은 본점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에서 열어야 한다. 청라 이전 이후 서울에서 주총을 계속 열려면 이번 주총에서 도입한 전자주총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 전자주총의 실질적 운영 경험이 아직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 2027년 주총 개최지 결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명동 사옥 처리 문제도 현실적인 숙제다. 현재 하나금융이 입주한 서울 명동 사옥은 부영그룹 소유로, 임대 계약이 올해 12월까지만 돼 있다. 이전 일정과 계약 만료 시점이 맞물려 있어 이전 지연 시 대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KB·신한·우리 등 경쟁 금융지주가 여전히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이 '탈서울 금융'의 선례를 만들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삐걱거릴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윤백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대행은 "하나드림타운은 대한민국 민·관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가 인천 금융산업의 비약적인 도약은 물론 한국 금융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