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3조 넘긴 웅진프리드라이프…10조 상조시장, ‘1위 리스크’ 커졌다
사망자는 느는데, 장례 산업 현장은 줄어들었다 선수금 10조원은 대형사로 몰렸다 웅진프리드라이프, 업계 1위가 된 뒤 커진 검증 요구 국감서도 거론된 ‘선수금 운용’ 문제 교원라이프, 결합상품 앞세워 보람 추격 소노스테이션, 계열사 500억원 대여 논란 더케이예다함, 안정적 배경에도 같은 제도권 안에 있다 중소 상조사는 이미 부실 징후 공정위 감독만으로 충분한가 웅진 과점 구조가 남긴 과제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상조업계가 고객 선수금 10조원대 시장으로 커졌지만, 장례 산업 현장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망자 수는 늘고 있는데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수는 줄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와 가족 중심 간소 장례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3일장 중심의 장례 수요가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 수는 2021년 1107곳에서 2025년 1075곳으로 4년 새 32곳 줄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 수는 36만3389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상조회사 수도 빠르게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2017년 163개에서 올해 1분기 76개로 감소했다. 2019년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아진 뒤 영세 업체들이 대거 등록 말소됐고, 이후 폐업과 등록취소, 흡수합병이 이어졌다.
수도권의 한 중견 상조사 임원은 “예전에는 기본 장례 패키지에 옵션을 붙이는 방식의 영업이 가능했지만, 최근 소비자는 처음부터 간소한 장례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사와 가격 경쟁까지 겹치면서 중소업체가 신규 영업으로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선수금 10조원은 대형사로 몰렸다
업체 수는 줄었지만 고객이 맡긴 돈은 커졌다. 공정위가 공개한 2025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입자는 960만명, 선수금은 10조3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조회사 수는 줄어드는 반면 선수금은 대형 업체 중심으로 집중되는 흐름이다.
시장 상단에는 웅진프리드라이프와 보람그룹이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업계 1위 사업자로, 2조원대 후반의 선수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람그룹은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애니콜 등 여러 법인을 통해 1조원대 중후반의 선수금을 운용하는 상위권 사업자다. 교원라이프, 소노스테이션, 더케이예다함도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선수금을 보유한 대형 업체로 분류된다.
상위권 상조업체에서 선수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중소업체가 빠지고 대형사로 가입자와 선수금이 몰리는 구조”라며 “소비자는 브랜드가 큰 업체를 선호하지만, 대형사라고 해서 선수금 운용 구조가 충분히 공개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업계 1위가 된 뒤 커진 검증 요구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계 1위 사업자다. 웅진그룹 편입 이후 브랜드와 영업망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웠고, 장례뿐 아니라 전환서비스와 결합상품 경쟁에서도 주요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웅진프리드라이프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사로 평가한다. 규모와 브랜드, 영업망 측면에서 중소 상조업체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선수금 규모가 커질수록 자금 운용과 내부 통제에 대한 외부 검증 요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상조업체는 고객이 낸 돈을 장례나 전환서비스가 실제 제공되기 전까지 부채로 인식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라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된다. 보험사처럼 지급여력비율에 따라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조치를 받거나, 은행처럼 위험자산 투자와 대주주 신용공여 규제를 받는 구조는 아니다.
금융위 보험정책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상조업체를 보험사와 동일하게 규제하기는 어렵지만, 고객 돈을 장기간 보유한다는 점에서는 금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대형사일수록 자금 운용 원칙과 내부거래 통제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감서도 거론된 ‘선수금 운용’ 문제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 운용 문제는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 운용 가능성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배당 성향을 당기순이익 10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피해 예방 방안 확약서를 제출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논의는 웅진프리드라이프가 당장 부실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업계 1위 회사의 선수금 규모가 3조원대로 커진 만큼, 고객 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기준으로 운용되는지에 대한 외부 감시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위 할부거래 분야를 다뤄본 한 관계자는 “선수금 보전 제도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지만, 자금 운용이나 배당, 계열사 거래를 금융권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체계는 아니다”라며 “선수금이 특정 업체에 집중될수록 운용 공시와 이사회 통제 장치를 더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람그룹은 비교군…공개자료상 직접 부실 징후와는 거리
업계 2위권으로 꼽히는 보람그룹은 이번 기사에서 웅진프리드라이프와 비교되는 대형사다.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애니콜, 보람상조실로암, 보람상조플러스 등 여러 법인을 통해 시장을 넓혀 왔고, 1조원대 중후반의 선수금을 운용하는 상위권 사업자로 분류된다.
보람상조개발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2024년 영업수익은 1209억원, 당기순이익은 160억원이다. 부금예수금은 4573억원, 해약환급금은 3325억원으로 공시됐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을 통한 공제계약도 체결돼 있다. 공개자료만 놓고 보면 해지환급금 미지급이나 고위험 투자 손실이 확인된 일부 중소 상조업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상조업계 상위권 업체 출신 전직 임원은 “보람 같은 대형사는 장례 현장망과 회원 기반이 크고, 공제계약과 회계공시도 이뤄지고 있어 중소 부실 상조사와 같은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형사 전반에 동일하게 요구되는 것은 선수금 운용과 전환서비스 정산 구조를 소비자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교원라이프, 결합상품 앞세워 보람 추격
교원라이프는 보람그룹을 빠르게 추격하는 대형 상조사다. 가전, 여행, 호텔 등 그룹 내 서비스와 상조상품을 연결하는 전환서비스를 확대하며 선수금 규모를 키웠다. 소비자는 장례뿐 아니라 다른 생활서비스로 납입금을 전환해 사용할 수 있고, 회사는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다만 결합상품이 확대될수록 정산 구조는 복잡해진다. 고객이 낸 돈이 장례 서비스 대금인지, 여행·가전 전환서비스 재원인지, 계열사 간 정산금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판매수당과 해지환급 산정 방식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상위권 상조사에서 전환서비스 영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전환서비스는 대형사들이 성장하는 핵심 수단이 됐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해지 때 돌려받는 금액과 계열사 정산 구조를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노스테이션, 계열사 500억원 대여 논란
소노스테이션은 대명소노그룹 계열 상조사로, 리조트와 여행 인프라를 활용한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했다. 그러나 계열사 자금 지원 논란은 상조업 규제 공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기존 보도에 따르면 소노인터내셔널은 대명스테이션으로부터 단기차입 명목으로 500억원을 빌렸고, 이 자금이 티웨이항공 지분 매입 과정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대명스테이션은 현재 소노스테이션의 전신이다.
은행이나 보험사는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가 엄격한 감독 대상이다. 반면 상조업체는 고객 선수금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보유하면서도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특수관계자 신용공여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조업체가 그룹 내 투자나 인수 자금의 유동성 공급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 할부거래 분야를 다뤄본 한 관계자는 “상조업체의 선수금 보전 규정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지만, 자금 운용이나 계열사 거래를 금융권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체계는 아니다”라며 “시장이 대형화될수록 내부거래 공시와 심의 절차를 더 엄격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케이예다함, 안정적 배경에도 같은 제도권 안에 있다
더케이예다함은 한국교직원공제회 계열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로 평가받는다. 선수금 규모도 상위권이다. 교직원공제회라는 배경 때문에 소비자 신뢰가 높은 편이지만, 상조업이라는 동일한 제도 틀 안에서는 다른 대형사와 같은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제회 계열 금융투자 업무를 맡았던 한 전직 관계자는 “배경이 안정적이라는 것과 소비자가 자금 운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가입자를 모은 회사일수록 운용 원칙과 위험 관리 기준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 상조사는 이미 부실 징후
대형사에서는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는 반면, 중소 상조업체 일부에서는 실제 부실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업계 7위권 상조업체 부모사랑은 지난해 암호화폐 이더리움 테마주인 비트마인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595억원을 투자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는 102억원으로 줄었다.
믿음의가족은 지난해 순손실 5억원을 냈고, 장기간 누적 결손이 쌓인 것으로 보도됐다. 대노복지사업단은 선수금보다 자산총계가 작아 고객이 계약 해지를 청구했지만 납부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로 거론됐다. 지난 3월 기준 해지청구액 중 미지급액은 1억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조업체가 대주주나 특수관계자에게 돈을 빌려준 사례도 있다. 일부 중소업체는 고객 선수금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대표나 대주주에게 대여한 것으로 보도됐다. 상조업체가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다 보니, 대주주 신용공여를 금융권처럼 제한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사망자는 늘지만 장례식장은 줄었다
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장례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장례식장 수는 2021년 1107곳에서 2025년 1075곳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 수는 36만3389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망자가 늘면 장례 산업도 커질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가 확산되고, 가족 중심 간소 장례가 늘면서 장례식장의 핵심 수입원인 빈소 사용료와 식음료 매출이 줄고 있다. 전통적인 3일장 모델이 약화되자 장례식장 운영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무연고 사망자 증가도 장례 산업의 기반을 바꾸고 있다. 전국 1인 가구는 2020년 664만가구에서 2024년 804만가구로 늘었다. 고독사 사망자도 관련 조사 이후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제공하며 3일간 장례를 치르는 전통 모델은 점점 줄어드는 흐름이다.
수도권 병원 장례식장 운영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빈소 사용료와 식음료 매출이 장례식장의 핵심 수익원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족끼리 조용히 치르거나 빈소를 차리지 않는 사례가 늘었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도 장례식장 매출이 비례해서 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정위 감독만으로 충분한가
상조업은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 이후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관리되고 있다. 감독 주체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위다. 현행 제도는 소비자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도록 하고 있지만, 나머지 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공정위는 상조업체의 지급여력비율,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처럼 지급여력 기준 미달 때 자본 확충을 요구하거나, 은행처럼 위험자산 투자와 대주주 거래를 사전에 제한하는 체계는 아니다.
금융위 보험정책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관계자는 “선수금 전액을 묶어두는 방식은 업계 현실상 쉽지 않겠지만, 위험자산 투자 한도와 특수관계자 대여 제한, 이사회 심의 의무, 운용 내역 공시는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보람 중심 과점 구조가 남긴 과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상조사가 당장 부실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보람그룹, 교원라이프, 소노스테이션, 더케이예다함 등 상위권 업체들은 중소업체에 비해 브랜드, 영업망, 자산 규모에서 우위에 있다. 해지환급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중소업체와 같은 위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형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검증 필요성도 커진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인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업계 1위로 가장 큰 고객 선수금을 보유하고 있고, 보람그룹은 다수 계열사와 부가상품, 외주 구조가 얽힌 대표적 상조그룹이다. 두 회사의 자금 운용 방식과 내부거래 통제 기준은 상조업계 전체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조업계 상위권 업체 출신 전직 임원은 “중소업체는 해지환급금 지급 능력이 문제라면, 대형사는 돈의 흐름을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며 “대형사가 시장을 장악할수록 공시와 내부통제 기준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조시장은 고객 돈이 대형사로 몰리는 동안 장례 현장의 수익 구조는 축소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웅진과 보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상조사 과점 구조가 굳어질수록, 선수금 운용과 내부거래, 부가상품 판매 구조를 둘러싼 검증 요구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