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AI 고객사에 'cHBM' 직접 소개…단순 공급자 넘어 공동설계로
고객 맞춤형 cHBM, AI 설계 단계부터 협업 HBM 넘어 D램·낸드까지 솔루션 사업 확대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만에서 주요 AI 고객사들을 만나 고객 맞춤형 HBM(cHBM) 전략을 직접 소개한다. 기존처럼 표준형 HBM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함께 참여하는 사업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1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열린 'GTC Taipei 2026'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행사 참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고객 관리가 아니라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대만 출장 기간 동안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사들을 만나 SK하이닉스의 차세대 AI 메모리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 과정에서 HBM 공급을 통해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시장을 주도하면서 AI 인프라 확산의 수혜를 누렸다.
하지만 AI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 기업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규격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시스템 성능과 전력 효율, 데이터 처리 구조까지 함께 최적화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 회장이 이번에 강조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전략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고객 맞춤형 HBM인 'cHBM(Customized HBM)'이다. 고객이 개발하는 AI 시스템의 특성과 활용 목적에 맞춰 메모리를 설계하고 최적화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개별 반도체 성능에서 시스템 단위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범용 AI 칩 대신 자체 AI 서비스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메모리 역시 이에 맞춰 차별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HBM 시장 경쟁의 핵심도 생산 능력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설계 역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용량의 HBM이라도 데이터 처리 방식과 발열, 전력 효율 등에 따라 실제 AI 시스템 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PU와 메모리, 패키징,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고객 맞춤형 설계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전략을 HBM에만 적용하지 않고,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전 제품군으로 확대해 AI 시스템 전체를 지원하는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HBM4를 시작으로 HBF(High Bandwidth Flash), 3D Stacked DRAM on Logic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HBF는 AI 추론 과정에서 급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낸드 솔루션이며, 3D Stacked DRAM on Logic은 로직 반도체 위에 D램을 직접 적층해 데이터 이동 지연을 줄이는 기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GPU만으로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메모리와 패키징, 전력 효율, 데이터 처리 구조까지 함께 최적화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최근 강조하는 cHBM과 풀스택 AI 메모리 전략은 단순 공급업체에서 공동 개발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AI 시스템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고객과 협력하는 구조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