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I로 반도체 공장 돌린다…엔비디아와 제조 협력 확대
리소그래피·공정 제어·결함 검사에 AI 전면 도입 디지털 트윈 기반 차세대 팹 운영 체계도 검토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AI 칩을 생산하는 협력 관계를 넘어 AI를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AI 기반 팹(Fab)’ 구축 단계로 협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컴퓨텍스 2026 기간 개최된 엔비디아 GTC 타이베이에서 TSMC가 자사 GPU와 CUDA(쿠다)-X 라이브러리, 비전 AI 플랫폼 등을 활용해 첨단 반도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반도체 공정이 2나노 이하 첨단 노드로 진입하면서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연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EUV(극자외선) 기반 리소그래피, 공정 시뮬레이션, 웨이퍼 검사, 수율 최적화 등은 과거 CPU 중심 환경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의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AI와 GPU를 활용해 설계·검증·생산 효율을 높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경쟁력이 단순 공정 미세화를 넘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 CUDA-X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컴퓨팅 리소그래피, 트랜지스터 시뮬레이션, 공정 제어, 팹 운영 최적화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리소그래피 공정에는 GPU 가속 라이브러리인 ‘cuLitho’를 적용해 기존 CPU 기반 환경 대비 비용 효율 또는 처리 시간을 20~50%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소재 개발 과정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TSMC는 GPU 가속 전자구조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인 ‘cuEST’를 통해 반도체 소재 화학 시뮬레이션을 평균 50배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 또 머신러닝 라이브러리 ‘cuML’을 활용해 수십만 개 공정 변수를 분석하고 공정 편차를 줄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생산라인 운영에도 GPU가 투입된다. TSMC는 엔비디아 H200 GPU 기반 스케줄링 컴퓨팅을 활용해 생산 경로를 최적화하고 복잡한 제약 조건을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팹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함 검사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 플랫폼과 TAO 툴킷을 활용해 나노미터 단위 결함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공정 조건이나 검사 장비가 변경되더라도 반복적인 라벨링과 AI 모델 재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AI 팩토리’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GTC 타이베이에서 제조업과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로 전환하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젠슨 황 CEO는 대만을 “AI 혁명의 중심지”라고 표현하며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태계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TSMC가 검토 중인 ‘팹트윈(FabTwin)’ 구축도 같은 흐름이다. TSMC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공장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가상 팹 환경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생산라인 배치나 장비 도입 전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검증하고 병목 구간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공장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의 의사결정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 가상 환경에서 생산 흐름을 검증할 수 있다면 투자 효율과 공장 가동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AI가 반도체 고객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TSMC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향후 첨단 반도체 생산 경쟁력이 AI 활용 역량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TSMC는 현재 엔비디아 AI GPU의 핵심 생산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으며,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Vera) CPU와 루빈(Rubin) GPU 생산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양사의 협력 범위는 설계·생산을 넘어 제조 혁신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다.